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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역사를 허투루 배운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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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금융부장] 나는 조선의 16대 왕이다. 368년간 영면하다 복장이 터져서 장릉 밖으로 나왔다. 다들 알겠지만 과인은 1623년부터 1649년까지 조선을 통치했지. 삼촌인 광해를 몰아내고 왕이 된 건 다들 아실테고. 후손인 너희들은 이 사건을 '인조반정'이라고 부르더군.

하여간, 꿈에 그리던 왕이 된 후 짐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치욕을 당했어. 다들 알지?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말도 마. 그 추운 겨울, 난 그 자(者), 홍타이지에게 아홉번이나 머리를 조아렸어. 만조백관이 지켜보는데, 아! 정말, X팔렸지. 그리고 짐보다 고작 세살 많은 그 자(者)를 아버지로 섬겼어. 그때 내 아들 둘을 인질로 보냈어.
과인이 복기를 해보니, 병자호란은 짐이 국제 정세에 어두워서 일어난 인재였어. 명나라는 지는 태양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도움을 줬지만 알고보면 지들 살자고 도와준 거지, 조선이 좋아 도와준 게 아니더군.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거지.

청나라? 말이 나라지, 오랑캐지. 누르하치가 명나라를 뒤엎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아리송할 때는 광해 삼촌처럼 줄타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척화파 말이 그럴싸했어. 후회막심이라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네.

과인이 장릉에서 왜 나왔다고 했지? 그래, 4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이 너무 비슷한데, 과인의 후손들이 그때처럼 당리당략에 빠져 우왕좌왕, 갈팡질팡,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어찌 복장이 터지지 않겠어.
지금 중국이라고 불리는 나라, 명나라, 청나라 후손 맞지? 예나 지금이나 땅덩어리 크기는 여전하군. 속 모를 친구들이야. 명분만 생기면 관시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친구들야. 그리고 덧셈ㆍ뺄셈ㆍ곱셈ㆍ나눗셈의 귀재야. 그 피가 어디 가겠어.

미국? 처음 들어보는 나라인데, 요즘 미국 왕이 말폭탄을 마구마구 날리더구만. 너무 날리니깐 믿음이 안가. 꿍꿍이속이 있으니 도와주는 거지. 과인이 보니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뽕도 따고 님도 보고, 딱 그 심보인데. 이 나라에서 더이상 먹을 게 없다고 판단되면 뒤도 안보고 갈 것 같아.

코리아 패싱? 허허. 짐의 조부인 선조께서도 당했지. 일명 선조패싱이라고도 하지. 명나라와 왜나라 지들끼리 우리 조선을 남북으로 분리시켜 사이좋게 나눠갖자고 속닥속닥했다고 하더군. 과인의 조부께서도 국제 정세에는 까막눈이었어. 왜군의 신무기 조총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지 뭐야. 조총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추풍낙엽처럼 당하진 않았을 거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칼이 아닌 총을 들고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사실 왜나라보다 더 나쁜 자(者)들은 조선의 조정 대신들이야. 지들 밥그릇 싸움에 수많은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렸지.

북쪽 왕이 수소폭탄 만들었다고 자랑질이지? 미국 왕, 중국 왕, 러시아 왕, 일본 왕까지 나서는 걸 보면 조총보다 무서운 무기 같은데. 모두들 북쪽 왕, 그 자(者)의 신변처리를 놓고 각자 주판알을 튕기는 것 같더군. 뭘 주고, 뭘 내줄지, 그 틈에 뭘 하나 챙길지 지들끼리 전화질하고 난리법석이더군.

짐이 답답한 것은 400여년 전 조선의 조정 대신들과 지금 정치판에 계신 분들이 너무나 똑같다는 거야. 환생한 줄 알았어. 그 때 붕당질 하던 자(者)들이. 과인이 다시 정치를 하면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제발 잘들 하시게, 후손님들. 역사를 허투루 배우지는 않았겠지. 할 말을 다 했으니 짐은 이제 그만 장릉으로 돌아간다.




조영신 금융부장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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