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 5명 추린다…"부적격 인사부터 배제"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차기 포스코 회장 선임 작업을 하고 있는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카운슬)'이 외부로부터 8명의 회장 후보를 추천받고, 지난 5일 적격 후보 선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7일 밝혔다. 최근 청와대의 강력한 부인에도 인사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는 데다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물밑 비방전도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인선의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공개로 보인다. 카운슬은 20명에 가까운 사내·외 후보들을 대상으로 우선 부적격 인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후보군을 압축해나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포스코에 따르면 카운슬은 지난 5일 제4차 회의를 열고 0.5% 이상 주식을 보유한 30여개 기관 및 카운슬에서 선정한 7개 서치펌 등 외부에서 후보 8명을 추천받았다. 여기에는 외국인 후보 1명이 포함됐는데 이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구 부회장은 현재 내부가 아닌 외부 출신 중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수석과 초등·중학교 동창으로 최근 포스코 차기 회장 대세로 떠오른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도 외부 후보 8명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 등이 서치펌을 통해 추천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8인의 후보는 포스코 전체 사외이사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만 CEO 후보군에 들 수 있다. 포스코 이사회가 지난해 이런 내용의 규정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포스코 사외이사 7인 중 3명이 반대표를 던지면 유력 후보자라도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없게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외부 후보가 첫 관문을 통과하면 회사 자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내부 후보와 맞붙는다. 포스코 내부 후보로는 8~10명이 꼽힌다. 장인화 철강2부문장(사장)과 오인환 철강1부문장(사장),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등 5대 주력 계열사 사장이 거론되지만 일부는 자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경우 제3의 인물이 내부에서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내부 인사 가운데 대다수가 과거 정권에서 핵심 요직을 맡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사장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시절 재무를 총괄하면서 각종 국내외 투자를 집행한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며 장 사장과 오 사장도 권오준 회장의 그늘에 갇혀 있다는 평가가 있다.

포스코 회장 인선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여러 단계로 나눠 심사할 때 이 사람은 어떤 이유로 안 되니 제외한다는 방식으로 일단 후보를 추린다"면서 "누가 장점이 크냐보다 누가 단점과 결점이 더 많은지를 놓고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포스코 직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와 퇴직임원 모임인 중우회에서는 별도의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노경협의회와 중우회가 "현재 진행 중인 CEO 선임 절차를 신뢰하고 포스코를 위해 좋은 CEO를 선출해주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카운슬은 심사를 거쳐 5배수 안팎의 최종 면접 대상자를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제안한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2일께 두 차례의 심층 면접을 통해 1인의 회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변이 없는 한 임시 주주총회는 7월27일로 예정돼 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