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피겨스케이팅 4회전 경쟁
볼거리 많지만 위험도 뒤따라, 패트릭 챈 "너무 지나쳐"
패트릭 챈(캐나다)이 2월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를 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남자 피겨스케이팅은 공중 4회전 돌기 전쟁이다. '쿼드러플(Quadruple)' 점프로 불리는 이 기술 없이 국제대회에서 입상하기 어렵다. 남자 싱글에 관심이 큰 이유도 화려한 볼거리 덕분이다. 10개월 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4회전 점프를 누가 더 많이 성공하는지에 따라 메달이 갈릴 것이다.
4회전 점프 경쟁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선수도 있다. 캐나다의 피겨 스타 패트릭 챈(27)이 그렇다. 그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며 "4회전 점프 때문에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된다. 그래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누군가 크게 다치기 전까지 이 추세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위험을 무릅쓴 동작이 스릴을 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0일 개막한 ISU 피겨 세계 팀 트로피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일본 도쿄에 갔다. 캐나다와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섯 개 나라 대표 선수들이 23일까지 남녀 싱글과, 아이스댄스, 페어 종목에서 경쟁했다. 챈이 출전한 남자 싱글은 총 열두 명이 우승을 다투었다. 하뉴 유즈루(23), 우노 쇼마(20·이상 일본), 네이선 천(18·미국), 진보양(20·중국) 등 이름난 선수들이 진검승부를 했다. 모두 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들이다.
천은 지난 2월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끝난 ISU 4대륙 선수권대회 때 쇼트(2회)와 프리(5회)에서 4회전 점프를 모두 일곱 차례나 성공해 금메달을 따냈다. 은메달을 가져간 하뉴는 다섯 번, 3위를 한 우노는 여섯 번을 뛰었다. 쇼트와 프리에서 4회전 점프를 적어도 5~6회는 시도해야 입상권을 기대할 수 있다.
남자 싱글에서 4회전 점프를 처음 성공한 선수는 커트 브라우닝(51·캐나다). 1988년 3월 2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쿼드러플 토루프를 성공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약 30년이 지난 현재 이 기술은 정상급 선수들의 필살기로 진화했다. 빠른 활주와 회전, 공중에서 약 0.7초 동안 머무를 수 있는 체공력까지 갖춰야 한다.
챈은 높은 기본 점수를 담보하는 4회전 점프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도 이 경쟁이 피겨의 예술성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니어에서 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들은 많아졌으나 불행히도, 예술성이 뛰어난 선수들은 보기 어려워졌다. 피겨가 점프 전시회로 변질될지 모른다. 심판도 이를 부추기고 있지는 않을까?"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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