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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리포트]상사에겐 ‘넵무새’ 부모에겐 ‘앵그리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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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소통 거부하는 청년들

궁금한게 있어도, 의견이 생겨도
직장에선 “넵” 한마디만 사용
“입사초기 의견 개진해봤지만
통하지 않아…이젠 소통 포기”

부모와의 소통도 수월하지 않아
“청년들, 나와 가족 분리하는 경향 많아”
가정분위기 좋고 매일 연락해도
가치관 충돌로 자주 다퉈


[청년리포트]상사에겐 ‘넵무새’ 부모에겐 ‘앵그리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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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모든 세대는 그 전 세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시대 청년들이 그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견되는 소통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 갈등을 넘어 혐오의 단계까지 나아간 흔적들이 그들의 언어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 자리 잡은 짭새와 꼰대= 경찰을 비하하는 은어 ‘짭새’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돼있다는 사실은 국가 공권력에 대한 ‘불편함’이 ‘혐오’의 대상이 됐음을 그리고 그 혐오가 이 사회에서 엄연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마찬가지 의미로 ‘꼰대’의 사전 등재를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청년세대들이 만들어 일반화시킨 이 단어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혹은 집단과의 소통 포기를 선언한다. 과거 ‘세대차이가 난다’는 현실 인식으로 표현되는 상황이 최근 들어선 ‘차이가 분명하니 소통하지 않겠다’는 데에까지 나아간 것이다.

[청년리포트]상사에겐 ‘넵무새’ 부모에겐 ‘앵그리버드’ 원본보기 아이콘

한 중견기업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는 4년 차 직장인 조재화(32·가명)씨. 그는 회사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두 단어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와 ‘넵’이다. 궁금한 부분이나 의견이 생겨도 그저 입을 다물 뿐이다. 조씨는 “입사 초기 몇 번 의견도 개진해봤지만 역시 통하지 않았다”며 “상사들과 굳이 소통하려고 노력하다 부딪히고 좌절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른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넵무새(넵+앵무새·넵이라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신조어)’가 된 이유다. 그런 조씨를 상사들은 군말 없고 성실한 직원이라고 평가한다.


손병연(30)씨는 3년 다닌 중소기업을 퇴직하고 새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인격모독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상사와 더 이상 일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손씨는 “자기 딴에는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겠답시고 집안이나 연애사 등 신상을 거론하는 데 모욕감을 느꼈다”며 “‘나 때는 더 고생했다’며 질타하고 욕설도 섞는데 더는 일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직장상사와 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를 묻는 본지 설문조사에서 ‘상사의 언어폭력이 너무 심함’ ‘독단적인 행동과 지시적 분위기’ 등 답변이 많이 나왔다. ‘나에게 피해가 갈까봐 솔직히 말하지 못한다’거나 ‘과거 경험한 부조리와 악습을 그대로 요구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는 ‘그래서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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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은 자주 하는데…그만큼 다퉈요”= 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모와의 소통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부모에 대한 사랑이나 감사한 마음을 갖느냐 아니냐와 별개의 문제다. 대학시절부터 14년째 서울서 자취를 하는 김태양(34)씨는 대구에 계신 부모님과 하루에 한 번씩 전화통화를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번듯한 공기업에 다니는 아들이 연애도 안 하는 게 내심 못마땅한 부모님 그리고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 아들의 가치관이 자주 충돌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모님이 보시기에는 영원히 어린 아들이겠지만 ‘저축해라. 집 사야 된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물으시면 순간적으로 언성이 높아진다”라며 “죄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지금 생활에 큰 불만은 없기에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 자식 간 소통 문제가 직장상사 경우와 다른 건 단순한 세대차이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본지 설문 결과 청년의 절반 이상(53.3%)은 매일 부모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연락도 자주 하고 권위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최순종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개인주의적 시각에서 나와 가족을 분리해 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같은 집에 살더라도 사실상 ‘공간적 분리’가 이루어지면서 소통 자체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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