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백년가게]⑧서울 종로구 선천집
실향민 박영규 사장 고향 이름
1971년 문 연 한정식 식당
간장 등 30여개 장독 직접 관리
◆열일곱에 이별한 고향땅 이름으로 지은 식당=박 사장은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기독교 집안이었다. 공산당 정권의 종교탄압에 못 이겨 1947년에 월남했다. 열 일곱이었던 박 사장은 남한으로 건너오는 배 편에서 무던히 떨었다. 다시 못 돌아갈 수도 있는 고향 땅은 식당의 이름으로 지어 붙여 그리움을 풀었다. 박 사장은 어머니와 고 황혜성 선생에게서 요리를 배웠다. 어머니에게선 황해도 만의 기본 반찬, 황 선생에게선 궁중 요리를 배웠다. 황 선생은 조선왕조 마지막 수라간 상궁이었던 한희순 상궁으로부터 궁중 음식을 전수받았다. 중요무형문화제 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보유자였다. 박 사장은 "음식의 기본을 황 선생님께 배웠다"며 "특히 선생께서 강조했던 것은 음식의 기본이 되는 간이었다. 조미료에 의지하지않고 소금과 재료 본연의 맛으로 음식을 내야한다는 철칙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간장, 된장, 고추장 양념이 내는 집밥의 맛=선천집 메뉴는 간단하다. 한식과 한정식 코스 메뉴와 불고기, 낙지볶음, 파전 등 8가지 일품요리가 전부다. 메뉴를 늘리지 않고 한정식의 기본에 충실했다. 간장ㆍ된장ㆍ고추장 등 우리 전통의 장에 심혈을 기울인다. 박 사장은 지금도 남한산성 부근에 있는 집에 30여 개의 장독 항아리를 직접 관리한다. 평안도의 장맛과 김치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박 사장은 "김치는 생새우나 생낙지를 넣어 맛을 내고 감칠맛을 더한다"며 "가정식을 내놓는 집이라면 된장, 김치 등 양념이 되는 음식을 직접 만들고 대접해야 한다"고 말했다. 찌개에도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조갯살과 표고버섯, 북어 등으로 국물을 내 시원한 맛을 앞세운다.
자영업, 특히 요식업 폐업이 속출하는 지금 박 사장은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사장은 "식당 열고 손님을 오시도록 설득하는 일이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처음부터 잘될 수는 없고 끈기있게, 진심으로 손님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신에게 당당하면서도 늘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 박 사장의 철학이었다. 그는 "우리 식구들이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손님을 대하고 끊임없이 물어서 '오늘은, 지금 내놓은 음식은 틀리지 않았나'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홍종학 중기부 장관도 선천집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홍 장관은 "정갈하게 차려진 맛있는 한정식"이라고 말했다. 홍종학 장관(오른쪽)과 박영규 사장이 식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홍종학 장관 페이스북
원본보기 아이콘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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