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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딜레마④] 귀 막은 택시, 길 막힌 카풀…길 잃은 교통혁신

최종수정 2018.09.10 11:16 기사입력 2018.09.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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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 차량·승차 공유 논의 '공회전'
택시업계 반발, 정부 규제 겹악재… 스타트업 고사중
해외에선 공유경제로 '교통혁신'



[혁신의딜레마④] 귀 막은 택시, 길 막힌 카풀…길 잃은 교통혁신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민우 기자] #. "이해 당사자 간 갈등으로 인해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지연돼선 안 된다."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 위원장이 지난 4일과 5일 1박2일에 걸쳐 열린 '제4차 규제ㆍ제도혁신 해커톤'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이번 해커톤의 의제 중 하나는 'ICT를 활용한 교통서비스 혁신방안'이었지만 그 핵심인 '카풀' 등 승차공유 서비스는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가 불법이라고 반발하며 계속 해커톤에 불참하고 있다. 4차위가 갈등을 중재하고 타협점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진척된 내용은 없다. 승차공유를 제도권으로 품기 위해 발의된 각종 법안들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 지난 6월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가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도 사임했다. 풀러스는 2016년 5월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2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국내 카풀 업계 1위 사업자로 꼽혔다. 승차공유 자체는 불법이지만 출퇴근 시간은 해당되지 않는 점을 공략했다. 하지만 한정된 영업 시간 극복을 위해 출퇴근 시간을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려다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서울시가 이를 위법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

1년이 다 되도록 4차위의 해커톤에서 승차공유에 대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 해당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날개가 꺾인 상황은 우리나라가 처한 '혁신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혁신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규제의 개선이 꼭 필요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여러 장애물로 겹겹이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장애물을 치우자니 사회적 합의 없이는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비판이 앞선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는 ICT를 활용한 교통서비스 혁신에서 '갈라파고스'가 되고 있다.

◆국내에선 승차공유 '공회전'=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버', '그랩' 등으로 대표되는 승차공유 서비스는 이미 해외에선 사업성과 성장성을 인정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여객운수사업법의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조항에 진출조차 가로 막혀 있다. 카풀 서비스도 출퇴근 때 함께 타는 경우에 예외 조항이 생겼지만 정해진 시간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정부의 유권 해석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택시 업계의 반발로 규제 완화는 요원하다
4차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승차공유 서비스를 다루기 위해 택시업계와 7차례 대면회의, 30여 차례 유선회의를 진행했다. 의제 내용과 참석자 등에 대해서도 택시업계의 의견을 반영했다. 하지만 결국 택시업계는 불참을 선언하고 비상대책기구까지 발족하며 카풀과 관련해 어떤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이번 4차 해커톤에서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한 스타트업 및 ICT 플랫폼 활성화가 필요하며 향후 논의에는 택시업계가 참여해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결론만 나왔다.

장 위원장은 택시업계의 참여를 호소하면서도 국토교통부나 서울시 등 관련 부처가 교통혁신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4차위가 정부 부처의 정책을 자문,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규제 완화라는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동남아보다 못한 규제 환경=이 같은 국내 상황은 승차공유 서비스 시장 경쟁이 뜨거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과 비교되곤 한다. 동남아 현지 업체 그랩은 글로벌 업체 우버를 밀어내고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전 지역 장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기업 '고젝'이다. 인도네시아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고젝은 동남아 진출의 첫 목표로 베트남을 택했다. 그랩은 디디, 소프소프트뱅크, 현대, 토요타 등으로부터 60억달러를 투자받았고 고젝은 구글, 텐센트 등으로부터 50억달러를 유치했다. 두 개의 승차공유 기업이 동남아 지역의 대중교통 패러다임을 바꾸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승차공유 스타트업들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풀러스는 구조조정을 결정했고, 전세버스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콜버스랩도 기존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운영 시간 제한 규제로 사업을 접었다. 현재 전세버스 중개 플랫폼으로 사업방향을 바꾼 상태다.

◆해외에선 승차공유 넘어선 혁신=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차량공유나 승차공유를 넘어선 새로운 교통 서비스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국내는 24시간 이내 초단기 차량 임대서비스인 '카쉐어링' 위주의 제한적 성장에 그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자동차 제조업체까지 뛰어들며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BMW, 포르쉐, 캐딜락 등의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월정액 납부시 자사 차종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입형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택한 차량을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인도해 주며 보험 및 세차 등 부가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버가 최근 하늘을 나는 택시 '우버에어'를 2023년까지 6개국에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한 것도 눈에 띈다. 우버는 이미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데다가 전기자전거, 우버에어 등을 신사업으로 키우는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차량ㆍ승차공유는 세계적인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규제 때문에 국내에선 기존 택시를 조금 빠르고 편하게 부르는 서비스 정도로만 나아가고 있는 상태"라며 "규제만 풀어주면 별 다른 지원 없이 시장과 업계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며 발전할 수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한국을 갈라파고스화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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