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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선생님'과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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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항상 '~쌤'이라고 불렀어요. 선생님들도 '~쌤' 이렇게 부르면 더 친근하게 들린다며 좋아하는 분도 있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되나요?"(중학교 2학년 학생)

"원래 수업 잘 하시고 인기 많은 선생님께 약간의 애교와 애정을 담아 '~쌤'이라고 부르면서 시작된 말 아닌가요? 솔직히 선생님을 비하하는 뉘앙스를 담아 '~쌈' '~탱이'라고 부르는 학생도 많아요."(고등학교 3학년 학생)
"예전에야 교무실에서 동료 교사에게 '김 선생~' 이렇게 불렀지, 요즘 젊은 교사들은 카톡이나 메신저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서로 '~쌤' 이렇게 말들 하던데…."(50대 고교 교사)

서울시교육청이 본청과 교육지원청, 일선 학교에 수평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겠다며 구성원 간 호칭을 '~님'이나 '~쌤'으로 통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교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교권 추락도 부족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매 맞는 교사'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는 판국에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교육당국 스스로가 무너뜨리고 있다는 내부 반발이 쏟아져 나온 모양이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준말이나 은어를 교육청이 나서 호칭으로 정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폐쇄적 조직 중 하나로 꼽히는 교육계에서, 구성원 서로에 대한 존중이 우선되는 수평적이고 중립적 호칭을 고민했다는 것 자체는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문제는 교육청이 그 수평적 관계를 위해 내놓은 해법이 이미 초등학생들도 다 쓰고 있다는 '~쌤'이라는 호칭이고, 이를 공문으로까지 내려보내 사실상 '하라고 시켰다'는 데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담임쌤~'이라고 부르면 그저 귀여운 10대들의 언어려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굳이 그런 표현을 쓰라고 권하는 건 교육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교에서 '~쌤'이란 호칭이 쓰이고 있는 건 누가 강제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말이 편히 오고가는 표현으로 정착되면서 서로에게 수평적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며 "이를 공문서로 규정하는 그 순간 기존 '선생님'보다 더 권위적이고 고압적 호칭이 된다는 걸 교육청은 모르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학교나 교실의 분위기도 파악하지 못하고 내놓은 탁상행정이 한바탕 소란을 겪는 통에 모처럼 내놓은 다른 좋은 정책 과제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말았다. 의전 간소화, 기념품 제작 지양, 회식문화 개선, 스마트한 회의, 행정업무의 간소화 등 현장에서도 바라마지 않는 정책 과제들이 이대로 묻혀버릴까 안타깝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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