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년퇴임을 1년 앞둔 교장이 몸을 사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장의 바램 덕인지 그해 운동장에서 크게 다친 아이는 없었다. 물론,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은 덕에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졌는지는 알길이 없었다. 공을 차고 놀 골목도, 공터도 변변치 않은 도심에서 아이들은 이곳 저곳을 헤맸다.
아이는 같은 반 학생들이 저지른 학교폭력과 성추행의 희생자였다. 13살 아이가 입었을 절망과 상처, 평생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장애와 고통은 '안타깝다'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의혹을 제기했다. '가해 학생의 엄마가 같은 지역의 교사라 해당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정년퇴직을 앞둔 교장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여는데 소극적이었다'는 등 확인하기 쉽지 않은 의혹들이 쏟아졌다. '비통하고, 화가난다'고 하면서도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나서지 못했다. 아이는 다시 학교에 다녀야하고, 아이가 세상에 드러나 추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학교는 여전히 쉬쉬하기 바쁘고, 교육 당국은 천연덕스럽게 거짓을 얘기하고 있다. 교장선생님도 한때는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던 연탄’이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과거에는 뜨거웠던,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있는 연탄재'가 아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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