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대한민국은 도로 1970년대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21세기에 자행된 비선실세의 농단은 40여년 전과 판박이다.
생각해보면 박근혜정부의 인식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역사 국정교과서 논쟁은 물론이고 국가 주도의 경제정책도 그렇다. 1970년대 당시에는 중화학공업이 국가주도 경제의 핵심 축이었다면 지금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내세웠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건설산업은 예나 지금이나 경기부양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정책에는 여전히 거대 기업이 뒤를 떠받치도록 한 것도 같다. 구조조정 같이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뿐 아니라 자율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정책의 구태를 벗지 못한 것이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과학기술 9대 프로젝트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력이 없는 민간부문을 국가가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끌고 민간은 따라간다'는 확고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도 1970년대는 어려웠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시기였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보람 덕분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1970년대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동안 이룬 성과가 무너진다는 의미와 같다. 최씨 농단에 '잃어버린 4년'이 40년 같은 요즘이다.
최일권 정경부 차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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