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회담은 지난 8월 북한의 지뢰도발로 조성된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해소한 8·25 합의에 근거해 열리는 첫 당국회담이다. 당시 6개 조항의 합의사항 중 유일하게 남아 있던 당국회담 개최가 드디어 성사되는 것이다. 그래서 회담의 명칭도 '1차 남북 당국회담'으로 정해졌다. 이번 회담 개최로 남북이 합의사항을 모두 이행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회담 개최 장소에 대해서도 남북은 유연성을 발휘했다. 당초 8·25 합의에는 당국회담 개최 장소를 '서울이나 평양'으로 적었지만 연말이라는 시기와 왕래 및 회담 준비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개성으로 개최 장소를 낙점했다.
또 이번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만난 남북은 과거 회담의 격(格)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던 것과는 달리 차관급 회담으로 하자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우리 측이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하자고 제의한 것에 북측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6월 남북이 서울에서 당국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회담 전날까지 수석대표의 격을 맞추지 못해 무산됐던 경험을 돌이켜볼 때 이번 회담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문제는 의제다. 남북은 이번 당국회담에서 다룰 의제를 '각자 당면한 과제'라고 합의했다. 우리 측은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핵심 의제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실무접촉에서 북측은 의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자고 했지만 우리 측은 포괄적 논의를 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국회담이 40차도 갈 수 있는데 구체적 의제를 실무접촉에서 합의사항으로 적시하면 그 다음에 할 얘기가 없지 않겠느냐"며 "매회 차 회담의 의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하는 의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남북 당국회담은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과거 회담에 임하던 자세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모쪼록 남북 간의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만남이 진지한 대화로 이어져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상호 간의 이해가 근저에 있어야 한다.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쌍방의 몫이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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