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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불신의 종결자는 금융-건설?

최종수정 2011.04.13 10:07 기사입력 2011.04.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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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처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옛부터 전해오는 말들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안된다, 될지 안될지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시종일관 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들이 그렇다. 하루의 시작인 아침을 어떻게 맞느냐에 따라 하루가 좌우되기도 하고, 1년의 첫날에 의미를 두고 마지막날 자정무렵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수십만명이 몰려든다. 오죽하면 시작이 반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건설업 면허 1호인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건설업계가 화들짝 놀랐다. 중견건설업체들의 위기설은 금융위기 사태가 불거진 이후 벌써 3년째 흘러나오고 있는 터여서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다르다. 건설업 면허제도가 생긴 후 토건업을 신고한 첫 건설업체로 역사가 깊은 때문이다. 올 들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월드건설, 진흥기업, LIG건설 등과는 또 다르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를 40여년 지켜봐온 한 인사는 "30여년전 도급순위 3위에 오를 정도의 명문 건설사가 위기에 처해 충격이 크다"면서 "도미노식 건설업체 부도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건설업계에서 역사가 깊은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보수적 경영태도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2000년대 접어들며 대형 건설회사들이 분양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 때도 토목과 건축 등 전통적 시장을 고수하며 주택사업을 무분별하게 벌리지 않았다.

경주의 신라밀레니엄파크 등 관광레저업에 선도적으로 진출하며 건설업계에 신수종사업 모색이라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다 삼부토건은 금융위기를 1년 앞둔 시점에 파주교하지구를 필두로 주택사업을 확대했다. 주택사업을 통해 회사규모를 급신장시키는 다른 건설업체들에 더이상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택사업은 관공사와 달리 대규모의 자금을 끌어들여 추진해야 하는만큼 경영리스크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높아진다. 아무리 저가수주를 하더라도 선금과 기성금 등이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관공사와 다르다.

이번에 전통의 삼부토건의 발목을 잡은 건 역시 PF(프로젝트파이낸싱)였다. 연간 매출 1조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회사가 4000억원대 PF의 책임을 지게돼 자금흐름의 발목은 잡은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PF 자금 상환을 협의하며 연장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공동으로 PF자금을 받은 동양건설산업의 몫까지 담보를 내놓으라는 금융권의 요구에 경영진이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인다. 일각에서는 회장과 부회장간 담보제공 추가여부에 대한 이견이 확대돼 급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이유 여하를 떠나 건설업계는 건설업 면허 1호 기업의 법정관리 자청사태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러다가 그룹 계열 건설사를 제외한 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대형건설사 가운데 경영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그룹이 버텨주는 바람에 기사회생했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을 정도다.

아울러 금융권에서 비판하는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지적에 대해서도 앞뒤가 뒤바뀐 얘기라는 반응이다. 금융권은 법정관리에 앞서 CP(기업어음)를 발행한 것이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건설사 경영진을 몰아붙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에대해 금융권에 대한 건설업계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LIG건설에 이어 흑자기업인 삼부토건마저 주채권은행과 공식 협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은, 금융권이 경영정상화보다 자금회수에만 혈안이 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융권은 PF사업에 대해 담보를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데다 최근 들어서는 일방적으로 자금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해당사업의 수익성을 보고 PF 투자 결정을 해야 하는데, 국내 금융권들은 PF사업이라고 하면서도 결국은 담보대출에 그치고 있다. 전형적인 담보대출 사업에 고상한 PF라는 용어를 끌어다 붙였다는 비아냥이 그래서 나온다. 장기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사업장이 더 많아 회사의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도 있는데 이런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불신의 골이 깊어진 금융권과 건설업계의 끝은 어디일지 아무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이 PF 만기연장을 협의 중인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는 것도 불신을 키운다. 건설사 추가 구조조정설 등으로 건설기업에 대한 면밀한 점검에 나서고 있는 금융권이 아니던가.

한 전문가는 A등급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체계, 금융권의 여신관리 및 기업 신용평가 체계, 건설기업의 경영 위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면허 1호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이참에 범정부 차원에서 PF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처방이 시급하다.


소민호 기자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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