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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미상인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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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도를 펴 놓고 보면 교토 동쪽에 비와코(琵琶湖)라 불리는 호수가 있다. 남북 길이가 64㎞에 이르며 면적은 670㎢에 달해 제주도 면적의 3분의 1 정도가 된다. 호수가 얼마나 넓은지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칠 정도인데 예로부터 수상교통로로 이용돼 교토, 오사카에서 관동 지역으로 가는 중요한 수상교통의 요지였다. 그 출발점에 오미(近江)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오미지역은 1000년 이상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와 인접해 전국의 물산들이 모여 들었고 허브 역할을 담당했다. 오미 상인은 호수 서쪽의 다카시마(高島), 동쪽의 오미하치만(近江八幡), 히노(日野), 고카쇼(五個莊) 등 오미 지역에서 배출된 상인들을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도요타자동차, 이토추(伊藤忠), 마루베니(丸紅), 다카시마야(高島屋), 세이부(西武)그룹, 스미토모(住友)그룹, 도레이(東レ) 등 일본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을 이 지역 출신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오미 상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근대 일본의 기초를 닦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대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오미 상인은 공통적 행동철학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알려진 것은 산포요시(三方よし)라는 경영이념이다. 이것은 고카쇼 출신 상인이었던 나카무라 지헤에(中村冶兵衛) 2세가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판매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면서 "투기, 부당경쟁, 매점매석 그리고 권력과의 결탁에 따른 폭리를 얻는 것은 진정한 상인의 도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토를 거점으로 삼베, 면화 등을 취급해 크게 성공했으며 1754년 당시 15세였던 자신의 손자(4代)에게 쓴 자필 유언장에 '산포요시'의 의미를 담은 상인으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 등을 남겼다. 이후 이것은 오미 상인들의 경영이념이 되었고, 이 지역 출신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의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오미 상인들은 다른 지역의 상인들과 비교할 때 유통, 금융, 방직 등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오미 상인은 한 번 거래로 많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대신 이익을 얻기 위한 경비절감이나 낭비의 지출을 삭감하는 '시마츠(始末)'를 기본으로 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을 얻는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진적 회계 시스템의 도입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일환으로 종업원 관리시스템을 만들었다. 서양의 복식부기와 동일한 형태의 회계시스템을 18세기에 채용하고 있었다. 또한 기대 이상의 이익을 내게 되면 각 점포의 지배인들에게 '출정금(出精金)'이라고 하여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편 공동투자를 통해 소규모 자금으로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경영능력을 공유하여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오미 상인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본업을 통한 CSR'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산포요시 정신을 실천한 일본 CSR의 전통을 만들었다.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대단히 중요한 철학을 담고 있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삼게 되면 경영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기부나 선행을 통한 이미지 관리에만 집중하게 되면 기업의 경쟁력을 추락할 수밖에 없다. 오미 상인은 본업에 충실해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에 공헌하는 CSR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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