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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이건 우리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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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이건 뉴질랜드가 아니야(This is Not NZ)."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뉴질랜드 모스크(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이후 곳곳에서는 이 같은 문장이 확인된다. 마치 슈팅게임이라도 하듯 페이스북 생중계까지 진행하며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테러의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또다시 확인된 인종차별, 혐오범죄의 심각성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평범한 백인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브렌턴 태런트는 범행 수시간 전 온라인에 공개한 선언문을 통해 이민자를 '침략자'로 규정했다. 또한 "우리의 땅은 결코 그들의 땅이 될 수 없기에 테러를 벌인다"고 밝히면서 "급증하는 이민자로 인해 완전한 인종적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숙한 단어, 익숙한 문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에서도, 유럽 극우정치인들의 연설에서도 이민자는 침략자이자 축출 대상이었다. 태런트가 선언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과 공동의 목표를 새로 만든 상징'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세계 질서를 이끄는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도리어 이 같은 정서를 확산시키는 주도자가 된 셈이다.


테러 직후 사람들은 말했다. 이건 뉴질랜드가 아니다, 이건 우리가 아니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반박한다. 이건 우리가 맞다. 이들은 사회에서 조금씩 쌓아온 차별과 혐오, 편견이 이번 테러로 확인됐을 뿐이라고 꼬집는다. 일부 극단주의자만이 아닌, 혐오와 차별을 보며 줄곧 침묵해 온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도 결코 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역시 사회 곳곳에 스며든 혐오와 차별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태런트가 선언문에서 모범적 단일민족국가의 예로 한국 등을 꼽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가운데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연설이 주는 울림은 크다. 이슬람 문화의 상징인 히잡을 쓰고 나타난 그는 통상적 서방 정치인들의 행보와 달리 보복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목숨을 앗아간 남자의 이름 대신,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을 불러달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거리행진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며 증오로 등을 돌리기보다 포용을 택한 것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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