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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피라미드 아래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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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피라미드 아래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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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연말연시를 사로잡았던 화제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끝나고, 이제 다들 극 속에서 빠져나온 분위기다. 혜나는 장사(葬事)한지 2주만에 부활해 포상휴가를 갔고, 감당하실 수 있겠느냐고 비장하게 묻던 김주영 선생은 예능프로에 나와 막춤을 춘다. 예서ㆍ예빈이 자매는 발랄한 풍의 전자제품 광고를, 예서 엄마 한서진은 기존 캐릭터를 살린 학습지 광고를 찍었다. 순식간에 본업으로 돌아온 연예인들의 행보에 극을 관통하던 분위기는 재빠르게 흐지부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까지 질척거려보자면, 피라미드 얘길 하지 않을 수 없다. 캐슬 안과 밖에서 모두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날 때,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있던 혜나만이 새드엔딩을 맞았다. 마지막에 휘몰아친 해피엔딩은 그래서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어려움과 실패를 극복하고, 자아를 찾아 유럽으로 떠나고, 악질적인 인간이 갱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것은 어쨋거나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캐슬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나는 결말을 그렇게 읽었고, 이것 만큼은 거짓(lie)이 아니다.

그렇다면 혜나는 정말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있었을까. 사실 그렇지 않다. 가난한 편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사랑과 지지를 받았고, 어떤 배경에서든 명문고를 다니면서 투지와 명석함으로 전교 1등을 거머쥐었다. 교내에서 제법 인기도 있었고, '엄친아' 격인 우주도 그를 좋아했다. 그런 혜나가 갑자기 뚝 떨어져 죽어버린 건, 사실 극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구조의 모순과 기회의 불균등을, 그래도 더 생각해보고 싶다라고 할 때 추천할 만한 것은 영화 '박화영(2018)'이다. 상영관도 부족했고 청소년 관람불가(청소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였던 탓에 공식 관객 수는 6000명이 채 안된다. 스카이캐슬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혜나가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들을 '1도' 갖지 못하는 진영에서, 피라미드 아래의 아래에서, 어쩌면 그 지하에서 미쳐 날뛰는 자의 얘기다. 캐슬이 아니라 이 세계의 밖으로 완전히 튕겨나가버린 박화영을 만나보길 권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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