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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당신은 행복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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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롬급 핫(?)한 드라마가 있다고 해서 찾아서 보았다. 'SKY캐슬' 안에서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그린 이른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봤다. 요즘 세상일이, 그보다는 우리들의 일이 별 재미가 없어, 이거라도 보고 웃어볼까 해서 일부러 찾아 봤다. '지는 축구' 때문에 그 드라마가 결방이 돼서 보는 재미의 맥이 끊겼다고 화냈던 친구의 말이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면서 봤다.


'SKY'는 사전적 의미로 '하늘'을 의미하지만, 이른바 속칭 한국의 3대 명문 대학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 단어에 '성'이라는 의미의 '캐슬'이 붙어 복합명사 'SKY캐슬'은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지체 높은 왕과 왕후와 왕자와 공주가 사는 '하늘 높은 성'으로, 먹이사슬의 삼각형 피라미드의 맨 꼭짓점에 위치한 최고위층을 표상한다.

그 하늘성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리얼 코믹 풍자하다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보는 내내 우울했다. 우울했다는 말을 적확하지는 않지만, 우울한 우리 사회에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보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많은 국민들의 얼굴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 드라마 속에는 소수의 국민이 있었지만, 그들은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당신은 행복한가?"는 물음을 던졌고, "나는 행복한가?"를 되묻게 했다.


명문대에 가기 위해 훈련되는 아이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짜는 코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는 부모들. 세상의 우울하기만 한 일들이 모두 모여 있는 하늘성을 왜 사람들은 엿보는 것일까? 부러워서? 신기해서? 재미있어서? 대리만족하기 위해서? 위로받고 싶어서? 등등 교차되는 의혹과 물음을 가지고 그 드라마를 봤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행복한가? 나는 행복한가보다도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고3 졸업예정자)은 입시와 관련된 두 갈래의 길로 들어설 준비를 해야 한다. 자신이 선택했든 밀려서 가게 되었든 대학 신입생으로서 대학 생활 준비를 하든지, 아니면 재수를 하든지 결정해야 한다. 아니면 대학을 포기하고 사회로 뛰어들든 결정을 해야 한다. 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은 도움만 주어야 할 것이다. 강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방법을 이제는 알게 해야 한다. 그들이 행복한 길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들의 행복은 그들의 몫이다. 부모들의 몫이 아니다. 그들이 행복할 때 부모들도 행복하고, 부모가 행복할 때 그들도 행복한 공동체적 사랑으로 묶여진 가족이기는 하지만, '하늘의 성'을 떠나는 길은 그들이 선택하도록 놓아 주어도 좋을 것이다.


SKY캐슬은 우리 모두의 로망이다. 국민(?) 모두의 꿈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곳이 높이 솟아만 있지 행복하지 않을 때 우리 모두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무너져 추락하지 않을 행복들이 그곳에 있다면, 그 하늘성은 우리의 판타지를 실현시켜 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 


유한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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