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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수소시대, 그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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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우주선에는 수소연료전지가 들어 있었다. 그 부산물인 깨끗한 물은 우주인의 식수가 되던 효자 기술이었다. 세계 최초의 수소차 벤츠 밴이 등장하던 1994년까지는 꽤 걸렸지만 수소 시대는 곧 올 것 같았다. 20년이 지난 2015년 '수소사회' 원년을 성대하게 선언한 곳은 일본이었다. 곧 찾아올 것 같은 미래를 수십 년째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수소는 참 오래된 미래다.


일본은 수소사회의 비전을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일본전자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후 제조업의 미래를 자동차에서라도 찾고 싶었으니 수소의 비전은 달콤했다. 수소차란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공학적 결정체라서다. 테슬라처럼 자동차를 무슨 폰 만들 듯 만들어 버리는 경박한 트렌드에는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았다. 부품 수가 줄고 모듈화된 조립식 전기차라니 전통적 공업국가에는 거북했다. 하이브리드 성공 이후 전기차는 옵션일 뿐 수소가 미래였다.

그런데 세계 최대 시장 중국 및 미국의 관심사는 오로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전기차, 라이드셰어 등 IT발 모빌리티 혁신이었다. 자원이 많고, 소프트웨어에 강하고, 규제에 집착하지 않는 G2식 트렌드였다. 게다가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등 탄소경제에 대한 낙관은 부시가 말한 '수소시대'를 오바마 이후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사실 수소는 수요와 공급 모든 면에서 비용 부담이 크다. 수소는 천연에 그대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화석연료를 채굴해 수소를 추출한 후 액화하여 해상운송하고, 이를 다시 탱크에 저장해 수소 롤리에 넣어 충전소로 보내야 한다. 게다가 천연가스의 액화 온도보다도 100도 가까이 더 낮기에 기술적으로 더 복잡하고, 저장도 만만치 않다. 기체로도 액체로도 새나가거나 증발하기 쉬워 손실률도 크다. 현재로서는 수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여전히 나온다. 단 내 차 배기구에서는 물만 떨어지고 미세먼지 등이 발생하지 않으니 공해의 외주화라는 의미는 있을지 모른다. 수소가 화석연료보다 좋거나 싸다는 명확한 메리트가 없고, 채산 확보가 마뜩잖으니 시장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규모의 경제가 달리니 양산차가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일본도 50억원씩 드는 충전소를 정책만 믿고 민간이 만들었지만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상태다. 늘 사람이 상주해야 하기에 휴일이 많고 요일제로 돌아가면서 영업을 하는 상황인데도 확산하고 있다 자화자찬하니 소비자의 시선은 냉랭하다.

오죽했으면 도요타는 수소차 특허를 전면 개방하기로 했을까. 전반적 수요가 늘어 비용이 내려가지 않으면 오지 않을 미래. 어느 한 기업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힘든 미래였다. 도요타는 "지구상에 있는 무한한 에너지"라며, 현대차는 "우주의 75% 그 무한한 수소"라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지만 무한함이 무료란 뜻은 아니었다.


환경 면으로도, 경제성 면으로도 에너지 안보 면으로도 탄소사회의 한계가 임박했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난관을 헤치고 억지로 가게 될 길이었다. 도요타라는 일본 제조업의 상징적 콘텐츠, 후쿠시마를 수소 플랜트로 부흥하려는 명분, 그리고 도쿄올림픽에서의 홍보전략까지 준비했지만 여전히 신기루 같은 미래에 세금이 쓰여도 되는지에 대한 논쟁은 그치지 않는다. 닛산 회장 카를로스 곤이 쫓겨나 체포된 것도 르노닛산연합이 수소차 상용화를 동결하고 전기차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기로 하던 차였기에 이를 막으려는 쿠데타라는 풍문마저 있다. 유럽도 원전을 줄이고, 러시아 등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 싶은 사정이 있지만 당장의 판로를 생각해야 하는 기업은 생각이 많다.


미래란 세금을 써서는 좀처럼 열기 힘든 일인가 보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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