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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주52시간 근무제 경계기업인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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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마무리하며 제조업에서 가장 큰 뉴스는 근로시간 단축일 것이다. 올해 8월, 급여명세서를 받아든 생산직 직원들의 한숨 소리가 커졌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돼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급여가 50만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생산직 직원들은 근로시간에 아주 민감하다. 누구든 일을 적게 하는 것이 좋겠지만, 생산 현장의 경우는 근로시간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에는 1주를 평일 5일로 해석함에 따라 주 40시간의 기본 근로시간에 연장 근로 12시간과 토, 일요일 휴일 근로 8시간까지 더해 68시간 근로가 가능했다.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 근로를 하면 통상 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받고, 휴일 근로는 8시간 이내의 경우 50%를, 8시간 초과 시에는 100%를 가산한 임금을 받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직원들은 오히려 더 일하겠다는데 막는다고 아우성이다. 가장 혜택을 받을 것 같던 직원들이 이 정도인데 기업들은 더 울상이다.
특히 중견 제조기업들의 타격이 크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300명 이상 사업장은 즉시 시행하고,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20년부터 시행하면 된다. 5명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부터 적용되는데,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까지 노사 합의를 통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단다. 300명 언저리의 중견 제조 기업들은 대기업에는 규모에서 밀리고 중소기업에는 생산성에서 밀린다. 직원들의 이탈도 일어났다. 야근과 특근이 조금 더 자유로운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2가지뿐이다. 첫 번째는 직원을 추가 채용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기존 직원들의 근로 태도를 체크해 업무 로스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전자는 바람직하지만 여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최근 5년(2015~2019년) 동안 최저임금이 49.6% 상승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만 29.1% 상승해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그간 기본시급으로 최저시급 이상을 지급하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최저시급에 따라 맞추기에 바빠졌다. 지속적인 임금 상승 압박과 노동유연성이 발휘되기 어려운 현재의 근로기준법 때문에 기업들은 쉽사리 인력을 늘리지 못한다. 결국 많은 기업이 쉬는 시간을 더욱 통제하고 업무 강도를 높이는 후자를 선택한다. 기업도, 근로자도 모두 피곤한 방법이다.

해결 방법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모든 제조 산업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게 마련이다. 성수기에는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비수기에는 근로시간을 단축해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추면 생산성과 근로시간 준수를 맞출 수 있다. 연장근로의 특성상 성수기의 연장된 근로시간이 비수기의 단축된 근로시간보다 평균 임금이 높기 때문에 근로자에겐 소득 증가의 효과도 있다. 현재 3개월을 단위 기간으로 두고 6개월로 연장을 논의하고 있는데, 1년이 바람직하다. 성수기와 비수기 사이클은 1년에 걸쳐 나오고, 단위 기간이 길수록 운용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탄력적 근로제의 단위를 1년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어느 집단에도 속했다고 보기 애매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경계인(境界人)'이라고 부른다. 대개 급격한 직위의 이동이나 소속 변경이 발생할 때 경계인이 된다.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중소기업에서 이제 막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경계기업'이지 않을까. 급성장으로 몸집은 커졌지만 그에 맞는 체력을 키울 수 있게 체계적으로 관리해줘야 우리나라 경제의 튼튼한 허리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에는 경계기업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조두영 에스와이패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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