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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는 국내기업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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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산업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는 경우 대부분 해당 산업의 육성을 위해 인력 양성, 우선 구매, 세제 혜택 등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거나 산업 자체의 불공정 실태가 심각해 이를 관리, 감독할 필요성이 높은 경우다. 전자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실태 조사 권한이 대표적이다. 중기부 장관은 1인 창조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육성 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ㆍ추진하기 위해 1인 창조기업의 활동 현황 및 실태 등에 대한 조사를 한다. 후자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 사업 거래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 등의 거래에 관한 서면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 없이 부가 통신 사업 실태 조사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의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어이없게도 '경쟁 상황 평가의 대안'으로 '실태 조사'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 국회의 입장이다. '통신망'이라는 독점화된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경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부가 통신 사업에 대한 경쟁 상황 평가는 부가 통신 서비스의 진입 용이성ㆍ대체성 그리고 해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적용 한계 등의 이유로 그 실효성은 고사하고 또 하나의 역차별적 규제를 신설하는 것이라는 비난에 내몰렸다.
실태 조사 자체는 정부가 수행하는 행정 행위로 그러한 정책적 행위가 중장기적으로 국익에 필요한 행위라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러한 실태 조사를 이유로 기업 등 일반 사인(私人)에게 각종 자료 제출 요구 및 조사ㆍ감사 등의 권한을 행사한다면 이는 '규제'로 바뀐다. 규제는 없던 의무를 새로이 부과하는 것인 만큼 정당성 등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개정의 목적이 '부가 통신 사업의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 조사라는 것은 목적과 내용을 혼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태 조사라고 해서 항상 민간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 등의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다. 극히 제한적인 공익적 목적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은 목적도 불분명한 실태 조사를 위해 부가 통신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한다. 중소 스타트업이 이러한 정부의 요구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있는지는 차치하고 현재 온라인 플랫폼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글ㆍ페이스북 등 외국 기업에 대해 얼마나 집행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쟁 상황 평가의 '대안'으로 실태 조사를 하겠다는 발상 및 그 공익적 효과와 실효성이 모두 우려스럽다.

규제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방어하고 지켜내기 위해 '법(규제)'을 동원해왔다고 비난한다. 기득권은 더 이상 규제로 지킬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집약되는 기술은 데이터를 원유로 하는 플랫폼 중심이기 때문에 규제의 집행력을 강제할 수 있는 '물리적 영토', 즉 국경의 의미를 넘어선다. 국내서 숱한 규제를 만든다 해도 국경을 뚫고 쏟아지는 해외 혁신 서비스를 막을 수는 없다. 마치 구한말 수백 수천 개의 화살로 열강의 포환을 막아내고자 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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