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는 살롱문학적인 모임에서 '랩(RAP)은 시인가? 시적인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담론하는 작은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시인들이 참여한 그 모임에서의 결론은 랩은 시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밥 딜런처럼 랩뮤직 아티스트가 노벨문학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으로 씁쓰레하게 끝냈다.
랩은 1970년대 초 미국의 흑인 빈민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음악 장르로, 1980년대 초에 랩이라는 명칭으로 정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랩뮤직은 멜로디보다는 비트와 가사로 구성된 리듬에 기반을 둔 보컬 기술이다. 사회적 소외계층인 흑인 젊은이들의 사회적 박탈감과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를 발산한 뮤직이기 때문에 그것은 그들의 삶의 방식 중 하나인 놀이문화이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이 학업도 포기하고 목숨을 걸고 그 음악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놀이문화로서의 가창유희요인 '장타령'이나 한국전통음악인 '판소리'가 있는데도 왜 그들은 랩뮤직을 즐길까. 특히 판소리는 랩의 라임에 해당되는 '창'과 랩의 가사에 해당되는 '아니리'라는 말 부분이 있지 않은가.
자신들을 아티스트로 부르는 래퍼가 되는 길을 험난하다고 하지만 랩은 돈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그 대회에 고등래퍼를 포함해 1만3000명이 참가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들이 창작한 랩 가사를 들으면 그들이 절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반복해서 "누가 나를 막으려 해!(우승자 나플라)" "어디로 가는지 몰라 Just swervin' 어디로 가는지 몰라 저 멀리에(김하온의 '붕붕')"라 읊조리듯이 노래하는 그들. "끊어버리고만 싶어 이거 다/그만 놔버리고 싶어 모두 다/엄마는 바코드 찍을 때 무슨 기분인지/묻고 싶은데 알고 나면 내가 다칠까(김하온ㆍ이병재의 '바코드' 시작부분)'를 염려하는 젊은 그들은 그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랩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들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는다. 그러면 판소리나 장타령을 부르는 연희자로 변신할지도 모를 일이다.
유한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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