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올해는 귤 값이 '좋다'고 한다. 금값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만하면 어디냐고 다들 화색이다. 그런데 한 꺼풀 벗기면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올해 '하늘'은 결코 농민 편이 아니었다. 봄 냉해에 여름 가뭄과 폭염, 가을 태풍까지 3중고를 견뎌낸 끝이라 과수 농사로는 건질 게 없다. 제주도 감귤 농가도 같은 처지라 노지 감귤 수확량이 예년보다 못하고, 그런 만큼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귤 값이 올랐다고 보는 것이다.
제주도 감귤 농가들이 이맘때 감귤 가격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일손 확보다. 일손 문제에 이르면 제주도 농가들은 너나없이 한숨 소리가 높다. 과수는 저마다 수확 적기가 있다. 제때 수확해 잘 저장해놓은 뒤 값이 좋을 때를 맞춰 출하 시기를 정하는 것이 1년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막바지 줄다리기다.
조생종 노지 감귤의 경우 수확 적기는 11월 중순에서 12월 초다. 보통 12월10일에서 20일까지를 수확 한계기로 본다. 그러니 이 시기에 맞춰 1만6500㎡(5000평) 정도 규모의 감귤 농가에서 제대로 수확을 하려면 하루 열 명 가까운 수확 인력을 확보해 절대 수확 시간 기준으로 열흘 이상 애를 써야 한다. 문제는 제주도 감귤 농가 농민들의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일손 부족이 해마다 심해진다는 점이다. 감귤 수확철이 되면 도내 거주하는 식솔들이 총동원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제주도는 해마다 두 번, 전역이 노란색으로 물든다. 4월 유채꽃이 한창일 때가 한 번이고, 이맘때 노지 감귤이 담황색으로 익어가면서 두 번째 장관을 이룬다. 1960, 1970년대 제주 감귤이 귀하게 대접받았을 때 제주도 감귤나무의 별칭이 '대학나무'였다. 환금 가치야 달라졌지만, 지금도 그 대접은 유효하다. 여전히 제주도 1차 산업의 핵심 분야가 감귤 농사이고, 그 감귤밭이 연출하는 제주도만의 풍경이 제주도 관광을 명품 관광으로 만드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제주도의 감귤나무는 이제 '관광나무'로 불리며 또 다른 차원에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그를 위해 제주도 경관 산업의 주요 분야로 감귤 농업이 재조명돼야 한다. 신품종 개발, 고품질 브랜드 감귤 생산을 위한 정책 입안 및 지원 등 해야 할 일은 많고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제주도를 지키고 빛내는 경관 산업인 만큼 제주도를 넘어 전 국민적인 관심과 지혜가 모이기를 바랄 따름이다.
정희성 시인ㆍ제주도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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