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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선변호, 변협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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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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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019년부터 시범실시하려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방안'에 의하면 중범죄 피의자들에 대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국선변호인 제도와 별도로, 수사단계에 있는 피의자에 대한 법률 지원이 추가되는 것이다. 3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예상되는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에게 수사 과정에서부터 형사공공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사공공변호인의 운영주체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이라는 점에서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와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권익을 위해 최적의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법조인들의 우려가 크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수사기관인 검찰과 마찬가지로 법무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 공단의 이사장 및 이사의 임명은 물론 업무 전반에 대해 법무부가 감독권을 갖고 있으며 구조요건이나 절차 등 법률구조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규칙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공단의 내부 규칙으로 정한다. 이런 구조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법무부와 검찰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독립적으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소신 있게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피의자에 대한 조력이 필요한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공공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의 법인격을 갖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통해 형사 피의자까지 변호하게 되면, 오히려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법률조력을 제공받을 수 없는 심각한 이익상충의 문제가 생긴다.

최근 법무부의 예산 문제로 성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인 지원액이 대폭 삭감돼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주로 사기, 상해, 성폭력, 강도 같이 죄질이 안 좋은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을 변호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고 이로 인해 해당 범죄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면,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선변호인의 선정, 취소 등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법원과 재판부가 전적으로 결정하고 있지만 그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 종종 피고인들이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 시 희망하는 국선변호인을 기재하기도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임의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
국선변호사의 독립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선변호사 입장에서는 차후에 사건을 배당받으려면 재판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재판부의 심증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무죄 주장을 한다거나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증거신청을 하기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법원은 재판기관인데 피고인의 변호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심판이 선수까지 겸하는 것이 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변호사협회에 국선변호 업무를 일임하고 변호사협회 내 국선변호관리재단이 국선변호 제도를 운영한다. 그럼으로써 정부와 법원이 국선변호인 제도를 관리함으로써 발생하는 폐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형사재판은 공정해야 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선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실히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법원이나 정부가 국선변호인을 직접 관리해 변호인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변호인과 이들의 변호를 받아야 할 국민들은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다. 국선변호인이 진정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려면 객관성, 중립성, 전문성, 공익성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사법부와 법무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법 관련 민간단체다. 우리나라도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적극 참고해 현재 논의 중인 형사공공변호인 등 국선변호인의 선정과 운영을 관변 기관이 아닌 대한변호사협회에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호사들이 재판부나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대변할 수 있어야 시민의 인권과 자유가 보호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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