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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새세기 산업혁명'과 '단번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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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을 때, 몇몇 기자로부터 남북 경제협력이 재개된다면 스타트업과 혁신 산업 영역에도 영향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없다"였기 때문이다.

당시로선 미국과 북한 간 전쟁 위기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상회담 성과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는 태블릿PC 하나조차 '전략물자'로 통제되는 상황이니, 인터넷과 데이터 기반의 혁신 서비스는 사소한 협력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이 활발히 추진돼 개성공단이 열린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통행ㆍ통신과 통관, 소위 '3통' 문제로 인터넷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그 후 한반도 상황은 급변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남북과 미국, 주변 국가 간 비핵화와 종전, 평화 체제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이 북한을 옆집 찾아가듯 하고 경제인들도 대거 북한을 다녀왔다. 그중에는 이재웅 쏘카 대표나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처럼-북한에선 이들이 '새 시대 사람'이라 불렸다고 한다-스타트업과 혁신 산업계 인물들이 포함돼 '혁신 성장' 관점에서 북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경제 협력이 일상화되고 북한이 개혁ㆍ개방에 나서 세계 경제의 일원으로 편입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당장의 일은 아니더라도 우리 기업과 남북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는 심대할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혁신 성장 측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북한은 2000년대 초부터 '단번도약' 발전 전략을 주창하며 ICT 분야 인력 양성에 역점을 뒀다고 한다. 기존 산업을 쫓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신기술ㆍ신산업을 통해 성장하자는 전략이다. 우리 정부가 힘을 주는 4차 산업혁명은 '새 세기 산업혁명'이라 부른다고 한다. 북한이 이를 통해 얼마만큼의 인적ㆍ물적 기반을 조성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기업인들이 방북 과정에서 느낀 분위기는 희망적이라고 전해졌다.
창업가들에게 마음껏 혁신할 기회를 제공하고 혁신적 스타트업의 성장을 통해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는 전략은 의외로 북한과 어울릴 수 있다. 뛰어난 인재와 혁신을 촉진하는 규제 제도와 사회적 환경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할 때 기존 산업 기반과의 이해관계 해소나 복잡한 규제 개선 등 과정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선 네트워크 환경이 열악하고 신용카드가 보편화되지 않은 동남아시아나 중국 같은 시장에서 모바일시장 및 스마트 결제가 빠르게 정착하는 사례를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 남북이 디지털 국가 혁신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면, 약소 독립국으로 출발해 20년 만에 경제 규모가 15배 성장한 에스토니아 사례와 같이 창업가와 혁신가의 천국을 꿈꿔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비핵화와 평화 체제가 이행되고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해소되는 한편 북한이 실제 개혁ㆍ개방에 나섰을 때에만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미리 논의하고 준비할 필요성은 충분히 크다. 평화의 시대가 주는 기회와 희망이 한반도 단번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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