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꺼내 네이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눌러보자. 검색창이 보이고 그 아래 뉴스 5개와 광고 그리고 사진 기사 2개가 이어진다. 다음은 날씨와 뉴스 섹션, 언론사 기사에 이어지는 맞춤형 추천 기사. 이 모바일 앱이 언론사의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있는가.
네이버는 뉴스로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팔거나 광고를 하는 기업이다. 그런 일을 하는 회사가 언론사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5월 "뉴스 편집에서 손 떼고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5달의 숙고 끝에 모바일 메인 화면을 완전히 비우는 결단을 최근 발표했다.
네이버가 지난 5달 동안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방문자 수와 매출이 감소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 즉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며 창업자가 국회에 불려가는 따위의 일들로부터 자유로워질 방법만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네이버는 사회적 책임을 존립 근거로 삼는 언론사의 길에서 멀어지는 선택을 했다. 한 대표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겠다'라고 한 것은 그동안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뉴스로 손쉽게 장사해온 일이 결코 'IT 기업'답지 않음을 그리고 그것은 독이 든 성배와 같이 자신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왔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고백으로 들린다.
아울러 언론사 입장에선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집중할 토대가 마련됐다. 과거처럼 '낚시성 기사'가 아니라 독자들이 진정 알고 싶어 하는 그리고 알아야 하는 기사들로 작은 공간을 채워나갈 때 독자들은 흔쾌히 그 언론사의 구독 버튼을 눌러줄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알고리즘 추천 뉴스 화면'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청사진이 다소 미흡해 보인다. 'MY뉴스'라는 이름의 이 화면은 사용자가 관심 가질 만한 기사들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알고리즘은 독자의 편향적 뉴스 소비 행태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많은 전문가가 지적해왔다. 네이버가 이 서비스를 굳이 운영해야겠다면, 다양한 관점과 출처의 기사를 소비자들이 골고루 접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는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독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완성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도 당연히 이어져야 한다.
이제 구글의 모바일 앱을 켜보자. 네이버의 새 화면처럼 하얀 여백이 눈에 띈다. 그 공간 위에서 네이버는 언론사가 아니라 구글과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사는 네이버가 아니라 독자를 향해야 한다. 작금의 변화는 IT 기업이, 언론사가 그리고 '기레기'가 아닌 기자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려져야 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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