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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살육(殺戮)의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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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렇게 싸우다 결국 죽겠지. 하지만 일본의 노예가 돼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미션)'에서 어느 의병이 서양 종군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때로는 드라마 한 편이 역사책 수십만 권 이상의 울림으로 이어질 때가 있다.
미션은 주인공 김태리와 이병헌의 가슴 아픈 사랑과 한국 현대사의 가슴 저미는 사연을 담아낸 드라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자유',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누군가는 이 땅에서 그것을 얻고자 피를 흘렸고,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초동여담] 살육(殺戮)의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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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처럼 소리 소문 없이 피었다가 스러진 이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역사책에 나오는 독립 운동가들의 활약상은 우리가 아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름 모를 '아무개 의병'들의 삶을 역사책 몇 권에 모두 기록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과거를 기록하는 일에, 그 기억을 연장하는 행위에 멈춤이란 있을 수 없다. 말로는 전쟁의 역사를 반성한다고 하고 현실에서는 다른 행동을 하는 대상을 부끄럽게 만드는 방법은 기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것이다.
최근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욱일기' 논란은 일본의 현주소를 재확인해준 사건이다. 오는 10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해군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선이 욱일기 게양 방침을 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일본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1870년대부터 군기로 활용했다.

아시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은 일본의 발걸음에는 어김없이 욱일기가 등장했다. 욱일기를 앞세운 일본 군대는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곳곳을 짓밟으며 군국주의 그림자를 남겼다. 태평양 전쟁 당시 남양군도에 끌려갔던 징용 피해자는 "욱일기를 보면 지금도 공포를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기인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 것은 '광기의 역사'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나. 일본만 외면한다고 가려질 역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비명의 울림이 서린 '살육(殺戮)의 깃발', 그 향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본의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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