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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북한 땅문서가 지닌 세금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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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실향민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장롱 속 깊숙한 곳에 고깃고깃 넣어둔 북한 땅문서를 열어보았을 것이다. 그 땅문서는 남쪽의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원천이며, 요셉의 가나안을 향한 수구초심처럼, 죽어서라도 다시 돌아갈 터전이 있음을 담보하는 물증이었으리라.

통일이 민족자결권에 기초해 이루어진다면 국가승계이론에 따라 현행 남북의 법제는 통일한국에 자연스럽게 승계된다. 이때 실향민들은 잃어버린 토지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게 생각보다 복잡하다.
북한은 1946년 3월5일 '북조선 토지개혁에 대한 법령'을 통해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핵심은 토지소유제를 철폐하고(제1조), 농민에게 무상으로 분여(제3조)하되 경작권만 주는 것이다(제10조). 토지를 분여받은 농민은 경작권료 명목으로 수확량의 25%를 농업현물세로 납부했다(북조선 현물세령 제1조). 이때 법적으로 실향민들의 토지소유권이 북한정부에 귀속된 것이다. 이 무렵 북한의 많은 지주들이 월남하게 된다.

그러면 통일한국은 원소유자였던 실향민에게 토지를 돌려줄 것인가? 돌려준다면 북한의 1946년 토지개혁조치를 부정해야 하는데 법 논리상 쉽지만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원소유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상징적 수준의 보상'을 하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통일독일도 대부분 이렇게 했다). 통일독일은 동독지역 토지에 대해 원소유권을 인정한 결과 이의 보상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됐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한 토지는 일정 기간 통일한국의 소유로 하는 재국유화조치와 이를 필요한 자에게 임대하는 토지공공임대제를 실시하되, 추후 매각과정에서는 원소유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일 직후 북한 토지의 사유화정책(민간매각)을 실시하면, 자금능력이 있는 북한의 일부 특권층이나 남한의 부동산 투기세력이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챙긴다는 속담처럼, 어이없게도, 통일과정에서 수고한 자들보다 반통일 세력들이 더 많은 통일의 혜택을 누릴지도 모른다(친일세력이 독립운동가 보다 해방이 가져다 준 이익을 독점했었고, 반민주화세력이 양심세력보다 민주화 열매를 더 많이 차지한 우리의 참담한 경험이 통일과정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그러면 북한 땅문서를 지금 팔면 세금은 없나? 그렇지도 않다.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에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양도를 포함하고 있다(그 부동산이 남한에 있든 북한에 있든 다른 외국에 있든지 간에). 따라서 북한 땅의 권리를 양도한 것이므로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살피건대, 현재의 양도차익보다는 통일 후 토지 보상 등을 감안한 미래가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차제에 정부당국은 통일에 드는 비용과 통일이 가져올 편익을 분석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실향민에 대한 막대한 토지보상비용을 젊은 세대가 낼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해 그들이 통일을 멀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 이상 동족의 가슴에 총을 대고 적이니 원수이니 하는 게 정당화되는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했으면 한다. 그래봐야 어부지리로 이웃 나라들만 좋은 것 아닌가. 우리 민족은 재주나 넘는 곰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평양 연설문 중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가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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