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2018년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부자들이 보유한 총자산은 평균 120억원에 이른다. 이들 중 83%는 국내자산뿐만 아니라 해외자산까지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 가계당 자산의 평균 보유액은 약 3억8000만원 정도다(통계청 2017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 금액으로만 따지면 위 은행이 조사한 부자들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 서민들의 자산이라곤 달랑 그들이 살고 있는 집 한 채와 약간의 예금 정도일 것이라는 얘기다.
소득이 많으면 소득세를 많이 내듯, 재산이 많으면 보유세(재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헌법이 말하는 조세공평부담원칙에도 부합한다. 그러면 세법과 세제의 그물망은 촘촘하고 치밀한가. 아니다.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더구나 이들 부자들은 부동산 못지않게 동산(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자산)도 많다. 비중이 거의 반반이다. 그런데 부동산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부과하지만 동산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이는 차별 과세이고 세금을 낸 뒤 납세자의 상대적인 경제상황에 변화가 없어야하는 조세중립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경제개발기구(OECD)는 현 정부의 모토인 포용적 성장을 사회 전반에 걸쳐서 경제적 성장이 고루 분배되고 모든 사람들에게 직업의 기회가 균등하게 분배됨(Inclusive growth is economic growth that is distributed fairly across society and creates opportunities for all)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세원을 넓게 포착(broadening tax bases)하라고 권고한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이를 받아들여 국내외 부동산과 동산 모두를 합하여 과세하는 부유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유세를 도입하면 부유세가 없는 나라로 자본유출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옛날 얘기다. OECD가 마련한 BEPS(국가 간 소득이동에 대한 세원잠식)에 대한 대응방안 프로젝트에 따라 이제는 전 세계가 이들의 재산이동을 주시하고 있다. 갈 곳이 별로 없다. 돈만 된다면 자본은 지옥이라도 뛰어간다.
국가는 돈이 돌도록 하되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하며 참여 기회를 균등하게 하고 그 과실을 공평하게 세금으로 거두면 된다.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하되 기업주는 기업과 구별하여 담세력에 따라 엄정하게 과세하여야 한다.
포용적 성장은 요란한 구호나 박제된 이념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소득격차에 이어 재산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부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할 때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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