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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칼럼]사랑을 심는 지도자를 기대하며

최종수정 2017.04.18 11:17 기사입력 2017.04.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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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국립의료원 공공보건연구소 실장

황세희 국립의료원 공공보건연구소 실장

사랑이 없는 인생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사도 바오로가 쓴 '사랑의 송가(고린도전서 13장)'에서 가장 잘 표현된 것 같다.

"천사의 말을 하면서 세상의 모든 신비와 지식을 꿰뚫는 능력이 있더라도, 산을 옮길만한 큰 믿음으로 전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하는 사람이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천상의 언어로 표현한 이 글은 시대와 종교를 초월해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큰 감동을 주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낯선 타인과 좋은 감정을 교류하면서 협조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진 데다 이기적인 욕망 유전자가 내재된 탓에 우호적인 인간 관계를 맺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랑은 바로 이 힘든 작업을 원만하고 아름답게 해결해 주는 묘약이다.

사랑을 원하는 인간의 바램은 어머니를 향한 아기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생후 6~8주 때부터 어머니를 향해 짓는 '사회적 미소(social smile)'다. 이 웃음은 출생 직후 흔히 배냇짓으로 불리는 반사적 웃음과 달리 '엄마, 사랑해요~'라는 뜻이 담긴 교감의 표현이다. 여기에 대한 화답으로 어머니는 뇌에서 모성애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분비해 아기와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만든다.
[건강의학칼럼]사랑을 심는 지도자를 기대하며
어머니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아기가 해결해야 할 다음 과제는 형제간 경쟁(競爭) 관계를 형제애(愛)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물론 어머니와 사랑을 공유하는 일보다 훨씬 힘들다. 자칫 실패할 경우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보듯 형제는 철전지 원수로 돌변하기도 한다. 실제 '형제의 난'은 과거에는 왕실과 세도가 집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났고, 지금은 재벌 총수가 바뀔 때마다 매스컴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전직 대통령 역시 자서전에서 '전생의 원수가 현생에서 만나면 형제로 만난다'고 기록한 바 있다.

부모ㆍ형제를 통해 대인관계의 기본을 습득한 아이는 놀이를 하면서 낯선 또래와 친구 되는 법을 배운다. 본격적인 사회 생활은 초ㆍ중ㆍ고 12년에 걸친 학창시절에 이루어진다. 해마다 새로 만나는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참된 우정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기심과 욕망을 절제하고 진실된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이렇듯 출생 후 20여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사회화 과정은 건강한 성인이 되어 적절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준다.

문제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놀이 시간을 반납한 채 성적에 매달려 학원만 전전하다 보니 친구를 경쟁 상대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보편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의학적으로 어린이들의 놀이는 사회 생활의 기본을 배워주는 최선의 방법이며 사랑의 실체를 느낄 기회도 제공한다. 이 모든 중요한 가치를 박탈당한 채 성장한 사람이 성년이 됐다고 해서 돌연 사랑의 가치를 깨우치거나 바람직한 대인관계를 맺기는 힘들다. 자연스레 성인이 된 후 60여년의 삶도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열등감과 정서적 불안에 시달리며 살 가능성이 높다.

20여년간 공부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간 부모ㆍ자식 관계지만 사랑하는 법도, 좋은 인간 관계를 맺는 법도 배우지 못했으니 끈끈한 가족애나 유대관계도 희박하다. 실제 우리나라 부모ㆍ자식 관계는 경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돼 자녀들이 부모를 만나는 횟수는 경제력과 비례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즉 자식들이 부자 부모와 자주 만나는 것이다. 이는 부모의 소득과 무관하게 부모를 만나는 서구 사회와 대조를 이룬다. ('한국 가족ㆍ친족 간 접촉 빈도와 사회적 지원 양상: 국제 간 비교)

가족애가 이 정도니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기대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약자를 무시하는 갑질 행태는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고 물질적 가치가 정신 세계를 잠식한 지는 오래다.

지금처럼 저급한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배출되기는 힘들다. 선진 대한민국을 원한다면 사회 구성원이 추구하는 가치도 사랑의 본질인 인내, 겸손, 희망, 이타심, 진리 등 선진적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로 변해야 한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는 5월9일에 새로 선출될 지도자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사랑을 심어줄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이기를 기대해 본다.

황세희 국립의료원 공공보건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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