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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대우조선의 운명과 선량한 관리자들

최종수정 2017.04.14 09:40 기사입력 2017.04.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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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초읽기에 몰렸다. 당장 다음주말에 4000억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17일과 18일로 예정돼 있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자율적 동의안을 받아내지 못하면 강제적 수순인 P플랜(Plan)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 P플랜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사전회생계획인데 '회생'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사실상 디폴트 선언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이질 수 있다.

우선 선주들이 무더기로 배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산업은행 자체조사결과 8척 정도가 취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문받은 배 114척 중 96척이 부도시 주문을 취소할 수 있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P플랜이 선언되었을 때 발주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나설 선주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추정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여기에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해진 시장심리가 휘발유처럼 가연성 촉매로 작용하는 최악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엉뚱한 방향으로 불꽃이 튀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처럼 정부나 산업은행이 전혀 컨트롤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려 최대 수십조원의 국가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대우조선의 운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의 갈등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해조정과정으로 이해된다. 국민연금과 사채권자들인 금융기관들, 대우조선 경영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산업은행은 다음 주 사채권자 집회 이전까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각자의 이해를 최우선순위로 내세워 당위와 법논리로 더 싸워야 한다.

가령 국민연금이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핵심 원칙은 조선업 구조조정이나 국가경제를 위한 대승적 차원이 아니라 과연 어떤 방안이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가이다. 국민연금이 국가경제를 걱정해 지레 결론을 서두르면 안된다. 마찬가지로 산업은행과 사채권자 금융기관들도 중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들은 각각 연금가입자와 예금자, 주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리인들이다.
대리인의 책임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선관의무(Fiduciary Duty)를 충직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돈관리를 맡긴 가입자와 예금자, 주주들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 선이 어디인지를 놓고 최후의 한순간까지 싸워야 한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최선이 되는 방향으로 싸울만큼 싸우다가 결론을 내는 것이 시장을 통한 금융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각종 쟁점을 도출하고 날카롭게 대응논리를 갈고 닦는 것은 추후 나타날 수 있는 다른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도 도움이 된다.

만에하나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대로 국민연금이나 채권은행단, 산업은행이나 금융위원회가 선관의무를 소홀히하고 조직의 이해가 아니라 개인의 이해를 우선한다면 이는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다. 차기정부에서 예상되는 전방위적 조사에서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조직의 이해에 반하는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절대로 안될 일이다.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담당한 금융위 관계자들 역시 감사원이나 국회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정말 최선을 다해 구조조정 노력을 했다"고 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구조조정에 정답은 없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느냐 아니냐가 있을 뿐이다. 청와대라는 정책타워가 사라진 지금이야 말로 일선 공무원이 '권한에 값하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인지 시험당하는 시점이다. 자리에 걸맞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선량한 국정관리자를 보고 싶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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