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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미래를 엿보는 방법

최종수정 2017.03.10 12:17 기사입력 2017.03.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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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가진 간절한, 그러나 어찌 보면 참 부질없는 바램입니다. 세상의 어떤 방법으로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고, 미리 안다고 해서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물리학에는 시간여행자가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노비코프 자기일관성 가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미래가 궁금합니다. 제게는 미래를 엿보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동향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늘 추적합니다. 기존기업의 경우에는 관련시장의 정보도 축적되어 있고 기업의 재무정보도 충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가 용이하지만, 전혀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근간으로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들 투자자들은 전에 없던 시장의 잠재력과 전에 없던 제품의 경쟁력을 판단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투자자들 가운데에는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이들이 적잖이 있습니다.

미래를 짐작해보는 기분으로, 최근의 스타트업투자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로 플래텀의 보고서에 나온 수치를 활용합니다) 우선 우리나라 제조업에 대한 깊은 의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제조분야의 유망한 스타트업은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고, 투자규모도 크게 줄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미디어, 컨텐츠, 화장품, 서비스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산업영역에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2016년의 통계를 보면, 가장 큰 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은 화장품 유통기업인 미미박스였습니다. 창립 5년이 채 안된, 이 어린 기업이 작년 한해에만 유치한 금액이 1400억원을 넘습니다. 그 밖에도 작년 한해동안 수백억대의 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들이 여럿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배달서비스, 약 600억), 레진엔터테인먼트 (웹툰,약 500억), 옐로모바일 (종합모바일서비스), 비바리퍼블리카 (송금서비스)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숙박서비스(여기어때, 야놀자)와 물류서비스(허니비즈, 메쉬코리아)분야 스타트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자금이 몰렸습니다.
통계자료에서는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투자는 '창업투자회사'라고 불리는 국내 벤처캐피탈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우리나라 스타트업에 대규모로 투자한 주체들은 해외 벤처캐피탈, 국내 사모투자회사, 해외 사모투자회사, 그리고 국내 벤처캐피탈로 매우 다양합니다. 물론 여전히 건수로는 창업투자회사가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만, 대규모 투자는 창업투자회사가 아닌 다른 주체들에 의해 더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최대자금을 모은 미미박스의 경우 미국계 벤처캐피탈들이 투자자였고,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서비스 업체)의 경우 중국계 사모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또한 레진코믹스나 여기어때는 국내 사모투자회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경우입니다. 그동안 변방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스타트업생태계가 점차 글로벌 생태계와 연결되고 있으며, 사모투자회사를 비롯한 주류 투자자들이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이 가능해지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투자를 중심으로 미래를 엿보면서 갖게된 걱정도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지능정보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격변기에 대응할 스타트업과, 그런 기업에 대한 큰 투자를 찾아보기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재기넘치는 서비스와 동아시아를 겨냥한 뷰티산업의 힘만으로 이른바 '혁명'이라고 불리는 기술격변의 시대를 헤처나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걱정도 다 부질없으면 좋겠네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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