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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 박 대통령의 '신년 인사'

최종수정 2017.01.02 08:53 기사입력 2017.01.0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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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어제(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 ‘간담회’라고는 이름을 붙였지만 기자회견과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의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처음으로 열린 기자회견다운 기자회견이었던 듯하다. 사전에 질문을 받아서 답변 준비까지 하지 않은 채 ‘질문’과 ‘답변’이 오갔던 것이다.

그것을 간담회라고 하든, 기자회견이라고 하든 간에 어제 박 대통령과 기자들 간의 문답은 그 형식에서나 내용에서나 많은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40여분간의 그 문답 속에 지금의 대통령 탄핵에 이르게 된 저간의 사정이 집약돼 있었다. 지난 4년간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 온 한 사람의 지적 역량, 대통령직 업무에 대한 이해의 수준, 그리고 청와대와 언론이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단적인 풍경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의 답변 한 대목을 먼저 보자.

“그것을 그냥 어떻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고, 계속 그냥 그때 무슨 일이 있었다 하는 것으로 계속 나아가니까 이게 설명하고 그런 것이 하나도 의미가 없이 된 것으로 기억이 돼요.”(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

‘그냥’과 ‘그런 것’따위의 ‘계속’이다. 읽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인 이런 식의 말을 구사하는 이가 유감스럽게도, 매우 유감스럽게도, 정말이지 아주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지난 4년간 나라를 통치해 왔다. 국민들은 개탄과 실망을 넘어 차라리 이런 ‘현실’을 초래한 자신들에 대한 자학과 연민의 감정이 들 지경이다.
“뭐 기자회견을 워낙 안 해 봤으니…. 아는 게 있겠나. 거기다 하라고 아무 생각 없이 진행하는 사람들은 또 뭔가. (그 동안) 어떻게 돌아갔던지 보여주는 일례네요.”(이상옥씨)

이날의 기자간담회가 열리게 된 과정과 그 형식,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촬영한 사진 6장에 담긴 간담회 풍경은 또 다른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직무정지를 당한 대통령이 홍보수석을 통해 기자들을 모으고, 기자간담회를 위해 예산을 쓰면서 오찬을 한 것은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대통령으로서는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장덕천 변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일단 그것은 차치하자. “청와대 기자단은 간담회 형식의 기자회견을 왜 여는지를 상세히 묻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으면 참석을 거부했어야 마땅했다”(김종철 자유언론재단 이사장)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도 논외로 치자.

이 간담회는 일부 풀(POOL) 기자단 외에 등록기자들에게는 간담회 일정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간담회 참석 기자들은 노트북과 카메라를 소지할 수 없었고 휴대폰 녹음도 금지 당했다. 그럼에도 ‘자유롭게’질문을 할 수 있다고 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간담회에 응한 것인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날 전례 없이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고 자부했을지 모르나 “정작 박근혜의 답변은 동문서답 아니면, 검찰과 특검이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사실’임을 입증한 ‘혐의들’을 모조리 부인하는 내용뿐이었다. 그러니 청와대 기자단은 박근혜의 궤변과 거짓말을 독자들과 시·청취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들러리 구실을 하거나 앵무새 또는 ‘나팔수’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김종철 이사장).

청와대가 배포한 사진 속에 두 손을 앞에 공손히 모으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 그 장면은 청와대와 청와대 기자단, 정권과 언론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풍경처럼 보인다.

어찌 됐든 전날 밤 누적 참가인원 1000만명을 돌파한 촛불 시민들의 함성에 “대통령직을 정당하게 수행했을 뿐”이며 “언론의 보도는 ‘오보’나 ‘왜곡’이다”는 입장을 ‘꿋꿋하게’주장하는 박 대통령. 그 같은 말은 “자신의 1~3차 대 국민담화도 전면 부인하는 모순을 노출”(이시영 시인)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어제 박근혜의 기자간담회는 새해에도 쉬지 말고 주말마다 11차, 12차 쭉쭉 탄핵과 구속하라 집회 이어가라는 격려사입니다.”(이남희씨)라는 ‘환영’까지 받고 있다. 새해 첫날 박 대통령의 ‘신년 인사’에 민심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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