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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구조조정 불안감ㆍ의구심 없애는 지름길

최종수정 2016.05.16 11:06 기사입력 2016.05.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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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논설위원

박희준 논설위원

현대중공업에 이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도 조만간 자구계획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한다고 한다. 인력감축과 독(선박건조대)의 잠정 폐쇄 등이 골자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조선업 구조조정은 정부 구상대로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의구심의 핵심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우리 조선업 전체의 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지,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양성한 인력을 향후 어떻게 활용할지 등에 대한 큰 그림이 없고, 특정 업체를 돈으로 연명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가 지난 4일 첫 회의를 연 이후 구조조정 논의가 본질을 제쳐놓고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에 걸려 한 걸음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입을 모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주장한다. 모름지기 구조조정이란 기업의 부실 사업이나 비능률적인 조직을 떼내 생산적인 사업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이다. 특정 산업을 생산적인 산업으로 만드는 산업 재편 또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자금지원 문제만 부각됐다고 이들은 성토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1일 대중국 투자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뒤 기자들을 만나 조선과 해운 등 취약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 "구조조정에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는데 너무 재원 얘기로만 함몰되는 것 같다"고 인정했으니 세간의 의구심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의구심에 동조한다는 것이 자금지원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조선업이 연명치료를 한다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 않느냐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어 생살을 돋게 하는 근본수술부터 먼저 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구조조정 원칙과 방향부터 먼저 세우고 그다음 자금지원 부분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한국의 조선과 철강 해운업에 대해 내놓은 진단과 권고는 정부에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

BCG는 지난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한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 방향' 보고서에서 "시장상황이 바뀌더라도 한국의 조선ㆍ철강ㆍ해운업이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더 이상 성수기는 없다"고 진단했다. BCG는 수주절벽이 계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국내 조선 3사가 5년 뒤 생산인력을 지금보다 35%가량 줄여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ㆍ해운업도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장기 불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해운업은 고강도 비용절감으로 경영효율 높이고 철강업은 저부가제품을 줄이는 한편, 기업간 인수합병(M&A)을 할 것을 권고했다.
BCG 권고의 핵심은 인력을 줄이고 경영효율을 높이며 부실한 기업을 없애고 합치라는 요구다. 이는 경기가 좋아지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에 기대지 말라는 따끔한 경고다. 물론 정부가 이 정도 진단과 권고를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정치권의 비판과 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의 격한 반발이 두려워 최소한의 비난을 받고 최소한의 책임을 질 방법을 찾다보니 구조조정 논의가 항로를 벗어나 산으로 가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구조조정 논의는 더 이상 샛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력 없는 업체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조선업 전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조선업 선진국이자 강력한 경쟁국인 일본은 이미 구조조정을 마쳤다. 중국도 676개 조선사 가운데 496개사가 가동을 중단했으니 구조조정에 뛰어들 것이다. 자본확충을 놓고 옥신각신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틈이 없다. 정부는 빨리 자본확충 논의를 마무리 짓고 구조조정 원칙과 방향을 정해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것이 막연한 구조조정 불안감과 의구심을 없애는 지름길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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