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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공부의 즐거움]신뢰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 無信不立

최종수정 2015.06.11 11:12 기사입력 2015.06.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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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정치란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 자공에게 이렇게 말한다.(논어 안연편(顔淵篇))

"경제와 안보, 그리고 국민의 신뢰입니다."

물론 이렇게 현대어로 말하진 않았다. 경제는 족식(足食)이라 하였다. 풍족하게 먹이는 것이다. 안보는 족병(足兵)이라 하였다. 넉넉하게 군사력을 가지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는 민신(民信)이라 표현했다.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것, 군대를 강하게 하는 것은 오케이. 그런데 백성의 믿음을 사는 일이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스승님이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 정치 역량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멋진 양념으로 저 말을 넣어놓으신걸 거야. 그렇게 짐작하고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자공은 그중에서 가장 먼저 버릴 수 있는 게 뭐냐고 묻는다. 아마도 민신(民信)을 제쳐놓으시겠지. 그런데 공자는 군사력을 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둘 남은 것 중에서는 무엇을 버릴 수 있느냐고 묻자, 경제를 버릴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이 배불리 먹지 못한다면 모두가 죽을 터인데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자공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예부터 사람이 죽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건 나라가 아예 설 수가 없어집니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간결한 대화이지만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말이다. 국가안보보다도, 당장 먹고사는 경제보다도, 정치리더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 공자의 견해는 정치를 화려한 언술(言術)이나 권력의 작전처럼 생각하는 세태에 대한 날렵한 일침이다.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때의 우리 정치를 떠올리면 공자의 이 말은 무게를 더 한다.

믿음이 있어야 제대로 나라가 설 수 있고, 믿음이 있어야 제대로 조직이 설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나라와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가치라는 것. 우린 이 상식을 얼마나 쉽게 팽개치고 있는가. 신문사가 위기를 헤쳐나가고 그 기반을 제대로 갖추는 일 또한 그렇다. 독자의 신뢰와 국민의 신뢰, 내부구성원들의 신뢰, 그리고 미래가치에 대한 모두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언론대계란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저 가차 없는 무신불립 정신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이 대전환기에 신문 또한 설 자리가 없다.


이상국 편집부장·디지털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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