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북천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눈이 내려도
찾아가지 않고 멀리서 살아간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바다가 넘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 바다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나는 그 북천과 바다로부터 멀어질 뿐이다 더 이상
멀어질 수 없을 때까지
오늘도
그 만날 수 없음에 대해 한없이 생각하며 길을 간다
너무나 오래된 것들은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래도
너무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는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나의 영혼 속에 깊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성 북천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길을 가다가도
나는 몇 날 며칠 그 북천의 가을 물이 되어 흘러간다
다섯 살 때의 바다로
기억도 나지 않는 서른다섯 때의 아침 바다로
■솔직히 말하자면 이 시를 천천히 다시 읽어 보라는 권유 외에 달리 보탤 말이 없다. 이처럼 좋은 시는 그저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고성 북천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라는 꾸밈없는 문장은 너무나 절절해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나절 동안 괜히 되풀이해 생각한 것은 마지막 문장의 "겨울처럼"이라는 직유를 어떤 다른 말 예컨대 '쓸쓸하게'라거나 '적막하게' 따위로 옮겨 적으면 좋을까였는데, 그게 얼마나 쓸모없고 또한 시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인지만 깨달았을 뿐이다. 오늘 남은 한동안은 이 시에 적힌 "겨울처럼" 그렇게 앉아 "다 말하지 못한 것들"을 헤아리고 싶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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