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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화포·폭탄 비밀 밝혀지나…사용 안 한 비격진천뢰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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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화포·폭탄 비밀 밝혀지나…사용 안 한 비격진천뢰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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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전북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사적 제346호)에서 조선의 시한폭탄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호남문화재연구원은 군기고(軍器庫·무기 창고)로 추정되는 건물터 인근에서 찾은 수혈(竪穴·구덩이)과 비격진천뢰 열한 점을 15일 공개했다.
비격진천뢰는 우리나라 최초의 작렬(炸裂·산산이 흩어짐) 시한폭탄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1592년)이 발발하기 전 화포장(火砲匠) 이장손이 발명한 것으로 추측된다. 무쇠 재질의 원형 박 모양이다. 그 안에 화약과 쇳조각, 발화 장치인 죽통(竹筒)을 넣었다. 완구(碗口)라는 화포에 넣어 발사했다. 목표 지점에 떨어지면 일정 시간이 지나 천둥·번개와 같은 굉음과 섬광을 내면서 터진다. 조선왕조실록 선조 25년(1592년) 9월1일 기록에서 확인된다. "적이 그 제도를 몰랐으므로 다투어 구경하면서 서로 밀고 당기며 만져보는 중에 조금 있다가 포(砲)가 그 속에서 터지니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쇳조각이 별처럼 부서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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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견된 비격진천뢰는 지름이 21㎝, 무게가 17∼18㎏다. 한 점은 내부 공간 지름이 약 12㎝다.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비격진천뢰는 여섯 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한 한 점이 보물 제860호로 지정됐다. 다른 비격진천뢰는 창녕 화왕산성, 하동 고하리, 진주성 등에서 나왔다. 무장읍성처럼 열 점 이상이 한꺼번에 출토된 사례는 없다. 이영덕 호남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여섯 점은 수혈 유적에서 삼각형 모양으로 나왔고, 나머지 다섯 점은 퇴적토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모두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며 "그 수가 많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앞서 발견된 화왕산성과 진주성 비격진천뢰는 사용하고 남은 탄피다. 나머지 폭탄들도 속이 비었다. 무장읍성 비격진천뢰 두 점은 약식 보존처리를 했다. 이 실장은 "내부를 자세히 분석하면 조선시대 화포와 폭탄 연구에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격진천뢰는 임진왜란 때 경주성·진주성·남원성 등지에서 사용됐다. 변이중이 화차와 함께 제작해 행주산성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며 "인조 대에 비격진천뢰를 개량해 '비진천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작한 시점을 명확하게 알기 어렵지만, 구덩이에 폭탄을 모아놨다는 점에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묻은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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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에 따르면 고종은 1872년 무장현에 화포군 마흔 명이 배치했다. 1894년에는 동학농민군이 무장읍성에 입성해 며칠간 관군에 위세를 보였다. 이 실장은 "군기고가 불타서 포탄이 폐기된 것이 아니라 고의로 묻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비격진천뢰는 조선 후기까지 사용했는데, 동학농민운동 당시 관군이 도망가면서 은닉한 듯하다"고 추측했다. 무장읍성은 1417년 왜구의 침입을 막으려고 쌓은 길이 1.2㎞의 성이다. 고창군은 2003년 복원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연차적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해왔다. 한편 비격진천뢰가 발견된 수혈 인근에서는 포를 쏜 시설로 보이는 포대(砲臺) 유적과 방화수를 담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예상되는 항아리가 발견됐다. 포대 유적은 지름 170㎝, 깊이 25㎝의 원형이다. 돌을 깔아 평탄면을 조성하고 흙을 다졌다. 남쪽에서는 포를 거치하기 위해 뚫은 기둥구멍 두 개가 나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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