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억지로 행복을 찾지말라 쓴소리
어깨 무거운 남성들 열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20~30대 여성들 힐링 에세이 열풍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오늘 힘들었던 일이 / 내일이라고 해서 다 괜찮아지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 설명이 불가능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뒤죽박죽 제멋대로인 세상을 / 자주 슬프고, 가끔 웃으며, 버텨내고 있는 당신은
어쩌면 정말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中-
이런 분위기는 서점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가족, 직장, 진로 등 여러 고민과 불안에 시달리는 독자들은 책을 통해 '힐링'을 하려한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위로받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판매된 책을 대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겼다. 교보문고ㆍ예스24ㆍ인터파크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량 순위를 참고하되 본지 문화부 기자들의 평점을 더해 종합점수를 집계했다. 10위권 책들 중 눈에 띄는 현상은 에세이와 인문ㆍ심리학 도서의 약진이다. 불안과 위로, 힐링과 조언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린다.
다만 '달콤한 12가지의 위로'를 기대하며 책을 펼친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건네고 있는 것은 막연한 위로나 의미 없는 응원이 아니다. 그의 조언은 오히려 쓴소리에 가깝다. 저자는 '억지로 행복을 찾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행복을 목표로 살기보다 인생의 의미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잘라 말한다. 인생이 비극적이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익숙한 것으로 가득 찬 세상은 따분하나 그렇다고 새로운 것만 시도할 경우 삶은 불안의 연속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따분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조화를 이뤄는 것은 우리의 숙제다. 저자는 삶의 의미를 찾을 때만 그 경계가 보인다고 강조한다. "당신이 비록 최악의 길을 가고 있을지라도 그 길을 훌륭하고 강인하게 견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의 성, 연령별 판매기록을 보면(교보문고) 연령별로는 20~40대 독자가 고르게 구매했다. 반면 성별에서는 남성 65.5%, 여성 34.7%로 남성이 훨씬 많다. 다소 묵직한 이 책의 조언이 팍팍한 현실에 힘겨워하는 남성들에게 더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2,30대 여성독자들을 중심으로는 '모든 순간이 너였다'(6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7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8위)와 같은 소프트 에세이들이 몇 개월간 베스트셀러 랭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 꾸준히 이어진 힐링 에세이 열풍이 연말에 더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약 열 달 간 에세이분야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1%나 늘었다. 에세이 중 독자들의 지친마음을 위로하거나 인간관계를 다룬 이른바 힐링 에세이가 62.3%를 차지했다. 양단비 인터파크 문학MD는 "힐링 에세이에는 담담하고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으면서도 공감과 소통, 위로를 적절하게 배치에 인생을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림을 더해 '웃픈' 현실을 위트 있게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힐링 에세이의 특징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들이 건네는 위로와 공감이이란 점이다. 저자와 독자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있는 현상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기분부전 장애와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12주간 대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 독자들은 나와 함께 대기실에 앉아있는 것 같은 다른 환자의 고백에 눈물을 흘리며 위로받는다. 출판계에서 이 책의 열풍은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마케팅이나 홍보 없이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장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독자들이 원하는 '위로'의 키워드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 역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저자는 대학 입시에 네 번 도전한 끝에 홍대 미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겹벌이)'을 뛰다가 대책도 없이 사표를 쓰고 백수가 됐다. 게으르게 살다보니 열심히 살지 않는데 도가 텄고 이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책을 썼다. 저자는 '느려도 괜찮다', '놀아도 괜찮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며 삶의 무게에 어깨를 짓눌린 이들을 위로한다. "내도 놀고 싶은데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니캉 내캉 이제 어른 아이가, 이거보다 좋은 명분이 어디 있노."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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