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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은폐된 체육계서 '미투' 외치기까지…

최종수정 2019.01.15 13:53 기사입력 2019.01.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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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는 지난 8일 조재범 코치로부터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고 조재범 코치를 추가 고소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코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는 지난 8일 조재범 코치로부터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고 조재범 코치를 추가 고소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코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체육계가 워낙 폐쇄적이고 위계질서로 움직이는 구조라 선수들이 인생을 걸지 않고서는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어렵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 2차관은 지난 9일 체육계에서 (성)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피해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미성년자 시절부터 4년 동안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폭로 이후 마련한 긴급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문체부는 (성)폭력이나 승부조작, 횡령 및 배임, 조직 사유화 등 체육계 관련 비위를 4대악으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해 신고할 수 있는 '스포츠비리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담당 변호인단과의 면담 과정에서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힌 심석희의 사례처럼 정부나 대한체육회 주도의 신고센터에 피해를 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노 차관도 인지하듯이 허울뿐인 제도였음이 이번 폭로를 통해 입증된 셈이다.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젊은빙상인연대 등 체육계 시민단체들은 "체육계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적 문제와 사고가 났을 때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 심지어 공조하는 등의 관행이 남아 있다"며 이를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규정했다. (성)폭력 등 혐의가 드러난 지도자라도 경기단체가 주도하는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거치면서 징계가 경감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현장에 다시 복귀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과 '제식구 감싸기' 논란도 있었다.

심석희가 지난달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심석희가 지난달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때문에 심석희도 오랜 기간 고민을 거듭한 끝에 외부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의 변호를 담당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피해사실이 밝혀질 경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로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견뎌야 할 추가적인 피해와 혹시 모를 가해자의 보복이 너무나 두려웠고, 자신만큼 큰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생각해 (심석희가)최근까지 이 모든 일을 혼자서 감내해왔다"고 밝혔다. 심석희 측 관계자는 "선수의 가족들도 고소장을 접수한 최근에야 이 사실을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체육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는 심석희의 폭로를 계기로 그동안 은폐됐을 지 모를 스포츠계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의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운동선수보호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한 차례라도 선수 대상 폭행·성폭행 혐의로 형을 받은 지도자는 자격을 영구 박탈하고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지도자 자격을 무기한 정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립된 심의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 설치도 포함됐다.

그러나 피해자의 용기 있는 폭로에 상응하는 확실한 보호책이 입증되지 못하고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체육계 미투'는 불씨를 지필 수 없을 것이다.

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조 전 코치의 성폭행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2일 이번 사건을 전담하는 '여성대상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이미 훈련 과정에서 선수를 폭행해 상습상해 혐의로 법정 구속된 조 전 코치는 원래 14일 상습폭행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었으나 심석희 측의 추가 고소로 선고 재판 일정도 미뤄졌다. 성폭행 고소 사건 피의자 조사 일정은 변호인 측과 조율해 다시 정하기로 했다.

조 전 코치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심석희의 성폭행 피해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조 전 코치의 부모는 지난 1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조 코치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벌 받아야 하지만, 잘못한 일이 없다면 하지 않은 일로 부당하게 처벌 받은 일 역시 없어야 한다"며 "저는 제 아들의 행동을 비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심석희 선수의 새로운 주장에 대해 실제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또한 그러한 일이 형벌을 받을 범죄행위인지 정확한 판단을 받자는 것이다. 한쪽의 주장만을 듣지 마시고 반대편의 입장도 같이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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