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하노이회담 실패 아냐…제2의 '레이캬비크' 가능"

통일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합의문 채택 못해도 솔직한 의견 교환 의미"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실패가 아니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디딤돌로 평가했다. 그는 하노이 회담은 '레이캬비크 회담'에 비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6일 김 후보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하노이 회담에서 비록 북·미양측이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긴밀한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1986년 레이캬비크 회담처럼, 합의문 채택은 못해도 솔직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레이캬비크 회담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고르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회담을 말한다.

양측은 1986년 10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만났으나 아무 합의문 없이 돌아섰다. 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던 레이건과 고르비는 이듬해 10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군축 협의를 위해 다시 무릎을 맞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레이건은 '모든 핵무기의 제거'를 돌발적으로 제의했고, 고르비는 이른바 '스타워즈'라고 불리는 미사일방어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회담 내용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군축협정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두 정상은 결국 그 이듬해인 1987년 워싱턴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에서 역사적인 '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IRNFT)에 서명했다. 레이캬비크에서의 실패가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레이캬비크에서 서로의 요구를 명확히 확인함으로써 이후 협상 타결의 중요한 디딤돌로 삼을 수 있었다 평가다.

조지 슐츠 당시 미 국무장관은 레이캬비크 회담 때 레이건의 '모든 핵무기 제거' 제의가 후일 군축합의의 초석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하노이 회담이 제2의 레이캬비크 회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레이캬비크 회담을 "성공한 사례"라고 하면서 "지금 북·미 양측도 현재 서로의 입장을 점검하고 꼼꼼히 복기해서 실현 가능한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