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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메기'의 배신…빅테크 전방위 규제 본격화(종합)

최종수정 2021.12.28 15:30 기사입력 2021.12.28 15:30

규제 받지 않는 역차별 논란 재점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에 빅테크 정조준
전전긍긍 빅테크 업계…경영 능력 시험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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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성기호 기자, 김진호 기자] 연말 연시를 맞아 택시 호출이 급증하면서 카카오·우티·타다 등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중 타다는 지난 10월 금융서비스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인수됐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전자금융업자’일 뿐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타다 같은 앱을 인수할 수 없다. 비금융회사 지분 취득이 금산법에 따라 15%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혁신을 앞세워 금융시장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왔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핀테크(금융+기술)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후폭풍으로 규제를 받지 않는 빅테크·핀테크들과의 불공정한 경쟁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시장에서는 혁신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하라고 금융당국이 빗장을 열어줬더니 독점적 지위남용으로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수장이 교체된 금융당국이 취임과 동시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다만, 갑작스럽고 과도한 규제로 금융혁신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조협의회는 전날 가맹점 수수료 인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유예를 발표했다. 노조는 유예 전제조건 중 하나로 ‘빅테크와의 규제 차익 해소’를 내걸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간편결제 수수료가 카드사 수수료보다 높지만 규제를 전혀 받지 않아서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까지 카드사들이 받는 가맹점 수수료는 0.8%.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2.2%, 2.0%의 수수료를 가맹점에 부과하고 있다.

규제 차익은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네이버페이의 올해 3분기 결제액은 9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지난해 1300여억원의 수수료 손실을 냈다.


데이터 공유도 금융사들이 지적하는 역차별의 사례다. 플랫폼의 락인(특정 서비스에 갇히는 것)된 고객을 상대로 빅테크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들 위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정한 게임을 위해서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며 "특정 기업이 ‘규제 차익’을 통해 수혜를 받는 방향 보다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빅테크·핀테크 규제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급작스러운 규제로 인해 소비자편익이 침해되고 금융 혁신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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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규제 강도 더 세진다…'기울어진 운동장' 정조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지켜지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승범 금융위원장·12월15일 빅테크 간담회 모두발언)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는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에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빅테크에 대한 금융당국의 기조가 두 수장 교체 이후 편애 모드에서 ‘규제 강경모드’로 확고해졌기 때문.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 더 넓고 높아진 운동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새로운 스탠스다.


금융당국은 빅테크에 대해 그간 ‘규제 완화’로 다양한 사업에서 편의를 봐줬던 것을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동일기능·동일규제’를 적용해 더는 빅테크에 대한 편애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빅테크는 그간 금융혁신이라는 명목 아래 은행 등 전통 금융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왔다. 특혜를 등에 업고 빅테크는 최근 몇년 새 급성장하며 금융시장의 판도를 뒤바꿔놨다. 현재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62조원 수준으로 4대 금융지주사 시가총액을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최근 상장한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도 금융지주사 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빅테크의 급성장은 많은 논란을 빚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사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마이데이터’였다. 금융사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빅테크에 금융거래와 관련한 개인 신용정보 등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한 반면 빅테크는 ‘주문 내역’ 등 핵심 전자상거래 정보가 개인 신용정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공을 거부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핵심사업으로 추진했던 ‘대환대출 플랫폼’도 빅테크에 지나치게 유리한 구조가 문제가 돼 무산됐다. 기존 금융사들이 해당 플랫폼의 주도권이 빅테크에 있다는 점을 들어 참여를 꺼린 것이 원인이 됐다.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며 자칫 상품 조달 기능만 제공하는 입장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만약 도입했다면 재주는 곰(은행)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빅테크)이 챙겨가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수장이 교체된 이후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현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확고한 기조다.


금융당국은 고 위원장 취임 직후 빅테크의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을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에 카카오페이 등 일부 빅테크는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했다. 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서도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과 편향적 서비스 제공 등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회에 제출된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플랫폼의 손해 전가나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경영활동 관여 등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그간 불거졌던 특혜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빅테크들의 사업이 금융업과 전혀 차이가 없지만 규제를 받지 않았던 점이 문제의 시작"이라며 "동일기능·동일규제는 소비자 보호 및 기업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원칙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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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긍긍 빅테크…경영능력 시험대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는 내년에 더욱 강화된다. 금융위는 최근 빅테크 그룹을 대상으로 한 감독체계 도입 검토와 빅테크 발(發) 잠재리스크 점검을 내년도 업무계획으로 밝혔다.


삼성·한화 등 지주사가 아닌 금융그룹에 해당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을 빅테크에 도입하는 안이 유력하다. 빅테크 기업이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을 적용받게 되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자본 부담이 늘어나고 계열사 간 내부 거래도 제한된다.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 사이에 존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금융시스템 리스크 차단을 위해 ‘금융그룹감독법’상 복합금융그룹 지정 여부 등을 검토하고 금융·비금융 간 위험전이를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빅테크의 선불충전금에 대한 소비자 보호 조치 강화를 추진한다. 최근 발생한 이른바 ‘머지포인트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금융당국의 ‘규제 강경모드’를 두고 빅테크 업권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혁신을 외치며 규제는 오히려 강화하는 점에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빅테크 관계자는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강조되는데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는 사업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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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EU도 강력 제재…"독과점 막아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핀테크(금융+기술)에 대한 금융산업 규제는 우리나라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 글로벌 빅테크도 금융업 진출 후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내부 정치적인 문제와 결합돼 정부 차원에서 엄청난 압박을 가하는 등 전 세계가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과제를 공감하는 분위기다.


금융산업이 가장 진보한 나라로 평가받던 중국은 핀테크 분야를 비롯한 기술기업에 대해 엄격한 규제일변도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알리바바의 금융그룹인 엔트그룹은 기업공개(IPO)가 중단돼 상장이 좌초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 금융당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엔트그룹의 대출 신용 정보 데이터를 국유회사로 넘기도록 명령해 사실상 국유화했다. 알리바바에서 시작된 압박은 이후 텐센트, 바이두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경제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2008년 이후 도입된 ‘도드-프랭크 월가 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으로 핀테크 기업을 규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버락 오바마행정부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다. 글래스 스티걸법(미국 대공황 이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한 법안) 이래 가장 강력한 금융 규제로 꼽힌다.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사업 진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실제 간편결제 및 대출, 투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아마존은 대출 심사의 경우 기존 은행과 달리 자체 빅테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빅테크 자체의 규제를 강화해 이들의 금융사업 진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조 바이든행정부는 지난 6월 ‘아마존 저격수’라고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임명했다. 칸 위원장은 2017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으로 플랫폼 기업을 적극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하원 민주·공화당은 아마존·애플·페이스북·구글 등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반독점 패키지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EU도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 압박을 가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12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초안을 발표했다.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으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스마트폰에 선탑재된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하는 걸 막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만약 어기면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거나 강제로 기업을 분할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일본 역시 디지털 플랫폼 거래 투명화법을 통해 빅테크 기업을 옥죄고 있다. 지난 2월 시행된 이 법은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아마존·라쿠텐그룹·야후·구글·애플 등 총 5개사를 특정 디지털 플랫폼 제공자로 지정했다. 거래조건 변경 시 사전통지와 민원처리를 위한 체제정비 등을 의무화했다. 이들은 1년에 한번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한 노력’과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국들이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시장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플랫폼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봐야 한다"며 "규제를 강화하면 혁신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활용·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개최된 ‘2021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에서 "금감원은 금융회사외 빅테크 간의 공정경쟁 이슈에 대한 글로벌 논의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금융혁신과 이를 위한 규제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피력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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