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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이라는 WHO 방침, 무조건 따라야 하나

최종수정 2019.05.19 16:07 기사입력 2019.05.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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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교수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20~28일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예정인 가운데 보건의료계와 게임 이용자, 관계 부처 등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경민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교수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20~28일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예정인 가운데 보건의료계와 게임 이용자, 관계 부처 등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정부나 관련업계 모두 게임을 질병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고, 이를 법제화하거나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오해할까봐 걱정스럽다."


게임과학포럼의 상임대표인 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이용장애 문제를 중심으로)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은 우려를 전했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부처는 물론 의료계와 심리·사회 분야 전문가, 게임을 비롯한 문화콘텐츠산업계 등이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방침을 두고 찬반으로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WHO가 20~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라는 항목을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승인한다면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해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용자들을 치료나 상담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생긴다. 이 항목이 담긴 ICD-11은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보건총회를 앞두고 국내에서는 토론회 등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 사안에 대해 자주 논의했다. 그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게임과몰입 환자는 실재하고, WHO의 질병코드 분류는 이들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과 "게임에 특정해 질병으로 볼만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섣부른 질병코드화는 국내 콘텐츠산업의 중추인 게임업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WHO의 질병코드 분류를 두고 이렇게 찬반 입장을 나눠 대립하는 자체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ICD는 특정 문제에 대해 의료분야 종사자들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코드"라며 "분류된 코드를 토대로 의료진이 이 문제를 다루는데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라는 WHO의 권고일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도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화를 정책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두고 보건의료계와 게임 이용자, 관계 부처 등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지난 14일 국회에서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두고 보건의료계와 게임 이용자, 관계 부처 등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그래도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화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게임이 질병을 야기하는 중독물질로 낙인찍힐 경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가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게임업체에 게임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부과해서 게임중독의 예방과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질병코드 분류에 따른 법제화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ICD-11이 세계보건총회에서 승인되면 각 회원국에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적어도 5년간 유예기간을 거친다. 우리나라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이를 "곧바로 수용할 예정"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2022년 이후 통계청이 관장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이 항목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체, 관련 학회 등은 ICD-11이 WHO의 권고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게임이용장애의 질병분류를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거나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도록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상규 교수는 "질병코드 분류가 게임의 순기능을 부정하거나 게임산업을 무시하는데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조근호 정신건강사업 과장도 "질병코드로 분류된다고 게임에 과도한 규제를 덧씌워서는 곤란하다"며 "게임관련 주무부처나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복지부도 당연히 이에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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