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LG·SK 배터리 소송]韓 치킨게임에 뒤에서 웃는 中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LG화학-SK이노 美서 소송전

매년 40%이상 성장세 신성장동력 놓고 치킨게임

핵심인력 76명 영업비밀 등 야금야금 빼가

대외이미지 실추...실제 영업 타격 불가피

LG화학 "요청·경고 무시…터질게 터졌다"

SK이노 "채용방식 문제없어…법적 절차 통해 소명할 것"


[LG·SK 배터리 소송]韓 치킨게임에 뒤에서 웃는 中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터질게 터진거죠. LG와 SK가 미래 성장 사업인 2차전지 사업을 놓고 '치킨 게임'을 한 결과에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2차전지 핵심 기술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다.


재계 서열 3, 4위인 SK와 LG는 매년 40% 이상 성장세를 보이는 2차전지를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어떤 업체가 원인을 제공했는 지는 법정에서 판단하겠지만 양사의 과도한 경쟁이 소송의 불씨가 됐다.


다만, 이번 국내 2차전지 업체간 법정 싸움은 누구도 진정한 승리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산업계에서 '포스트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대외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실제 영업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SK vs LG' 배터리 사업 물고 물리는 치킨게임 = LG화학이 기술 소송을 건 것은 2차전지 부문에서의 SK이노베이션 거센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이 전직한 자사 직원을 상대로 전직금지 처분 소송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경쟁사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돌입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업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성과의 이면에 지난 2년간 자사로부터 꾸준히 핵심인력을 빼가며 영업비밀이 유출된 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 등을 이용해 선두업체 수준의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했고 이러한 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제기"라고 일축하며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하며 국익을 훼손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양측은 그동안 신경전을 해 왔다.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올 1ㆍ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경쟁사(SK이노베이션)가 공격적인 가격으로 수주에 뛰어들고 있지만 LG화학은 수익성과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는 수주는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독일 현지 매체는 지난 2월 LG화학이 독일 폭스바겐 측에 SK이노베이션 측과 협력을 계속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인력유출 놓고 양측 대립=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서류에 따르면 지원자가 LG화학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동료의 실명까지 묻는 등 LG화학의 영업비밀을 매우 상세하게 기술하도록 요구하는 항목이 포함됐다.


LG화학은 지원자들이 집단적으로 공모해 이직 전 LG화학의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1900여건의 핵심 기술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했다. LG화학은 올 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것도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실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중에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력도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 현재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채용방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은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국내·외로부터 경력직원을 채용해오고 있으며, 경력직으로의 이동은 당연히 처우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한 이동인력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참을 만큼 참았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등 두 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에 공문을 보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서 제기한 이슈들을 명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법적 절차들을 통해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국내 업체들 법정 다툼, 승자는 중국(?) =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간 소송전이 장기화될 경우 배터리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오는 2020년 850만대, 2025년 22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간 소송전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중국 CATL(21.9%), 일본 파나소닉(21.4%), 중국 BYD(12.0%), LG화학(7.6%), 삼성SDI(3.1%)순으로 한ㆍ중ㆍ일 3국이 경쟁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가 수주한 물량만 110조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LG와 SK의 법정 싸움이 장기화되면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며"한국 업체간 소송전이 장기화 될 경우 기술력이 뒤지는 중국 업체들에게 시간을 주게 되고, 결국 중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