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과학을읽다]하수·폐수도 모으면 에너지 된다?

최종수정 2019.04.23 09:26 기사입력 2019.04.23 06:30

댓글쓰기

서울 물재생센터의 모습. 물재생센터는 하수처리도 하지만 에너지도 생산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서울 물재생센터의 모습. 물재생센터는 하수처리도 하지만 에너지도 생산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하수구의 이미지는 어둡고 더럽습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도 하수구는 생태계의 일반 법칙을 벗어난 괴물이 나타나거나 범죄의 온상이 되는 곳으로 흔히 묘사됩니다. 그런데 이런 하수구에서 흘러간 더러운 물이 넉넉한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하수도에는 산업현장과 가정 등에서 배출한 각종 폐기물과 유기화합물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이 유기화합물 등을 없애지 않고 하천으로 흘려 보내면 하천은 생명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하수처리시설이지요. 하수처리시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유기화합물을 포함한 유해한 물질을 없애고 난 후 하천으로 흘려 보내는 것입니다. 이 하수처리과정에서 분리된 유기화합물 등을 재활용해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하수처리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가장 잘 활용하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서울시는 하수처리시설을 '물재생센터'라고 부릅니다.


서울의 중랑·난지·탄천·서남 등 4곳의 물재생센터는 하수처리시설 겸 발전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화과정에서 흐르는 물을 이용해 소수력 발전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하수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열병합발전에 이용하거나 도시가스용으로 공급하기도 합니다.

또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한 열은 지역난방에 사용하고, 빈 공간과 물처리장 위쪽에는 태양광발전 패널을 지붕처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기도 하는 종합 에너지 생산기지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울시의 물재생센터에서는 2017년 기준 7만437TOE 정도를 절약했다고 합니다. TOE는 '석유 환산톤(Ton of Oil Equivalent)'을 말하는데 모든 에너지원의 발열량을 석유의 발열량으로 환산한 것입니다. 7만437TOE는 6만4000여 가구가 1년간 소비하는 에너지와 맞먹는 규모라고 합니다.


방법은 바이오가스와 건조 하수 찌꺼기, 하수열 등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메탄 성분을 60% 이상 함유해 대체연료로 주목받는 바이오가스는 물재생센터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액화천연가스(LNG)의 대체연료로 3400만㎥를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127억원을 절감했고, 남는 바이오가스 2796만6000㎥는 판매해 42억원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하수를 처리한 뒤 찐득한 찌꺼기 형태로 남는 폐기물 덩어리는 보통 소각 처리합니다. 그러나 물재생센터는 이 폐기물 덩어리도 수분 함유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가면 친환경 연료로 재활용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 말려서 화력발전용 연료로 판매해 5억원의 수익을 올립니다.

오염된 물을 처리하고 남은 찐득한 찌꺼기인 폐기물 덩어리가 컨베이어밸트 위를 순환하며 건조되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오염된 물을 처리하고 남은 찐득한 찌꺼기인 폐기물 덩어리가 컨베이어밸트 위를 순환하며 건조되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2013년까지는 바다에 버려졌던 폐기물 덩어리가 소중한 연료로 재탄생한 셈이지요. 지금도 서울시 4개 물재생센터에서는 하루 650t(톤) 규모의 폐기물 덩어리 건조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한 열은 지역난방으로 공급하기도 합니다.


하수처리를 마친 방류수는 겨울에도 평균온도가 12℃에 이를 만큼 따뜻한데 물재생센터는 이를 인근 지역의 5만6000여 가구에 난방 열원으로 공급합니다. 물재생센터의 빈 공간에는 태양광(5.6㎿)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고, 방류 수로에는 소수력(116㎾) 발전시설이 설치돼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렇게 알차게 재활용하고, 재생산해서 서울시 4개 물자립센터의 에너지 자립률은 50% 정도입니다. 서울시는 폐기물 덩어리 건조시설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도 추가로 발굴해서 2030년까지 에너지 자립률을 100%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입니다.


이웃 일본에서는 하수처리장에서 수소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후쿠오카현 하수처리장에서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 중에서 메탄가스(CH₄)를 뽑아내 이를 수증기(H₂O)와 결합해 순도 99.999%의 수소를 만들어 냅니다. 생산된 수소는 시험용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해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하수에서 자동차 연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희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하수처리시설은 더이상 혐오시설이 아닙니다. 서울 중랑물재생센터의 경우 '서울 볼거리 20'에 선정되는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사랑받고 있다고 합니다. 버려지는 하·폐수도 재활용하는데 우리 주변에 에너지로 재활용하지 못할 것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하수처리시설은 오염된 물만 정화하는 곳이 아닌 작은 발전소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