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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팔과 손가락…파가니니 연주에 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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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콘, 뮤지컬 파가니니서 주연…'악마의 연주' 30분간 소화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콘(KoNㆍ본명 이일근)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주인공 파가니니를 연기한다. 콘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클래식 바이올린 전공자다. 뮤지컬에 가끔 출연했지만 주인공을 맡기는 처음이다. 뮤지컬 출연도 2014년 5월 '오필리어' 이후 5년 만이다.


콘은 음악 애호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음악을 배웠다. 집에 있던 피아노를 형이 독차지하자 콘은 바이올린을 택했다. 콘은 바이올린이 피아노보다 섬세한 악기라고 했다.

"바이올린은 찰현 악기로서 연주자가 음을 만들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 하나의 음에 희로애락을 다 넣을 수 있다. 게다가 바이올린은 현악기 중 가장 고음역대 악기다. 폭넓은 음역대에서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 심금을 울리는 악기다."


바이올린은 파가니니처럼 팔과 손가락이 긴 콘에게 잘 어울리는 악기다. 극 중에 파가니니가 여주인공 샬롯을 뒤에서 안은 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 콘이기에 가능한 멋진 장면이다. 콘이 자신의 콘서트 때 종종 연출하는 장면인데 뮤지컬에서도 적용할 수 있겠다 싶어 김은영 연출에게 제안했고 단번에 승낙을 받아냈다. 그는 "드라마에서 바이올린 연주 대역을 몇 번 했다. 남자주인공은 뒷짐을 지고 내가 뒤에 바짝 붙어 연주해 남자주인공의 바스트샷을 찍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파가니니가 마르판 증후군을 앓았다고 한다. 발가락이나 손가락 같은 신체 말단 부분이 계속 커지는 병인데 손가락이 길어서 소위 악마의 연주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나도 팔과 손가락이 길다는 점은 파가니니와 닮은 면"이라고 덧붙였다.

"긴 팔과 손가락…파가니니 연주에 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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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은 지난해 말 서울대 학술단체 음악사연구회의 학술지에 논문을 쓰면서 파가니니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 당시 논문 주제가 비르투오소(virtuoso)였다. "비르투오소가 간단히 설명하면 초절정의 연주 기교를 지닌 사람을 뜻한다. 덕망 있고 인품이 뛰어난 사람을 뜻하는 버추(virtue)에서 유래됐는데 18~19세기에 클래식계에서 굉장히 연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됐다. 비르투오소의 시대를 연 인물이 파가니니다."


그는 파가니니에 대해 "천재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이다. 당대 예술가들의 예술가였다. 당시에 너무 유명한 스타이다 보니 '파가니니는 악마다'. '애인을 죽여서 애인의 창자를 꼬아 바이올린 현을 만들었다'는 말도 안 되는 낭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인기와 명예를 얻다 보니 그 자신이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매독을 치료하다 수은 중독으로 고생한 적도 있다. 하지만 아들 아킬레를 얻은 후에는 눈물겨운 아버지의 삶을 살았다. 자신은 가난하게 생활하면서 아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줬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린 니콜로 파가니니가 죽은 뒤 아들 아킬레가 교회 영지에 묻어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교회와 벌인 40년의 법정 다툼을 소재로 파가니니의 생애를 다룬다.


주인공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시간만 30분이나 된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에서 파가니니가 높은 무대에 홀로 올라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와 '라 캄파넬라'까지 세 곡을 8분간 연주하는 대목이다. 그는 "직전 장면에서 감정을 쏟아낸 뒤 곧바로 연주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 원래 연주를 할 때는 감정을 냉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좁은 무대가 조금씩 움직이며 흔들린다는 점도 몰입에 방해가 된다. 하지만 대미를 장식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누가 봐도 악마의 연주라고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려 집중하고 있다."

[사진= HJ컬처 제공]

[사진= HJ컬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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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은 다양한 도전을 즐긴다. 일본에서는 드라마에도 출연했고 미국에서 모델 일을 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바이올린을 잘 연주하기 위해서는 오직 연습 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들이 음악을 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든 제안이 들어오면 일단 도전해보는 편이다."


그는 바이올린은 자신을 이루는 근간이고 여기에 예술가가 되기 위해 뼈와 살을 붙여가는 과정이라고 해다.


콘은 뮤지컬 공연을 마친 뒤 클래식 연주자로 돌아가 올해 말엔 집시 음악을 담은 음반을 낼 계획이다. 그는 음악가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다 한국에 낯선 집시 음악을 소개하기로 결심했다. 클래식한 집시 음악을 배우기 위해 헝가리를 자주 왕래하며 현지 음악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짚시 음악으로 현지에서 공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를 꼽으라면 파가니니 외에도 너무 많지만, 그가 가장 부러운 음악가다. 연주도 하고 곡도 만드는 사람으로서 파가니니가 자신의 음악으로 영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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