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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리에 흔들리는 美 여론…北 오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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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리 해제 한적 없다" "로켓추진체 실험할 수도"
협상 전술 해석 속 北 오판시 북·미 협상 중대 기로

사진은 지난 2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발사장 엔진시험대에서 포착된 2대의 크레인. 엔진 지지 구조물이 다시 조립 중이어서 건설 자재가 주위에 흩어져 있다. 새로운 지붕이 연료·산화제 저장 벙커 위에 설치됐으며, 트레일러로 보이는 것이 주변에서 관찰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발사장 엔진시험대에서 포착된 2대의 크레인. 엔진 지지 구조물이 다시 조립 중이어서 건설 자재가 주위에 흩어져 있다. 새로운 지붕이 연료·산화제 저장 벙커 위에 설치됐으며, 트레일러로 보이는 것이 주변에서 관찰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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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카드에 놀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이 아니다. 미국 조야도 긴장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동창리를 건드린 북의 오판이 북ㆍ미 협상을 그르쳤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 전문 분석매체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동창리 발사장은 기본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하는 시설이 아닌 만큼 또 다른 미사일 도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하면서도 북한이 대미 압박을 위해 로켓 추진체 시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직접적 무력 도발로 비칠 수 있는 ICBM 카드 대신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권'으로 포장할 수 있는 저강도 압박카드를 선택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동창리 시설을 해체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사전문가이자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이번 동창리의 전체적 복구가 매우 빨리 이뤄졌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개된 위성사진을 보면 동창리 발사장 내 해체된 자재들은 가지런히 땅에 놓여있었고, 건물의 이동에 필요한 선로 등이 한 번도 해체된 적이 없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센 연구원은 "이는 언제든 다시 조립할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의) 어떤 것도 해체한 적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체적 여론도 북한의 이번 움직임이 위협적이며 부적절하다고 평가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며칠 만에 드러난 이번 사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외교적 치적으로 주장해온 미사일 실험의 유예를 끝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동창리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있어 불길한 징후(ominous sign)"라고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폐기했다고 선언한 시설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것이 협상 전술의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지만 결과적으로 오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이번 2차 북ㆍ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상황판단에 미흡했다는 장면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미 CNN 방송이 6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 부장과의 만남을 희망하다 바람을 맞았다는 보도도 그런 예다.


2차 북ㆍ미 회담 당시 하노이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도착한 만큼 김 부위원장과 회담하고 최종 담판을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CNN 보도로 두 사람의 만남이 불발된 것이 확인된 셈이다.


협상 과정에서 변심을 부려 상대방을 당황케 하는 게 북한의 협상 전술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상황을 오판했을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회담 전에 만났다면 미국 측의 강경한 분위기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최소한 비핵화의 의지에 대한 최종적 확인이라도 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북한이 정상회담 기간 중에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면 미국이 몰랐을 리 없다. 협상을 위한 압박카드로 쓰려고 한 시도일 수도 있지만 거꾸로 미국은 김 의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부호를 달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동창리 카드가 강 대 강 대치 분위기 조성이나 극단적 도발이라기보다는 대화 재개를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평가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조지프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번 움직임이) 하노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도 "(북한이)미사일 실험이나 핵 실험과 같은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암암리에 북한을 돕고 있다고 여겨지는 중국조차 북한 지원을 끊을 수 있어 더욱 고립될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이례적으로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볼턴 보좌관의 회담 배석 사실을 공개하고 이름과 직책도 전했다. 지난달 28일자 노동신문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전원회담(확대회담)을 보도하면서도 참석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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