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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②이동식 원전, 트레일러와 모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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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020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인  '원자력발전소 트레일러'

러시아가 2020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인 '원자력발전소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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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이동식 원전은 '움직이는 원자로'인 원자력 무기를 생산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①이동식 원전, 최초는 원자력 잠수함?' 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과 구 소련의 군비경쟁이 촉발되면서 원자력 잠수함을 시작으로, 원자력 항공기, 원자력 전차, 원자력 기관차까지 개발하려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군사용으로는 이동식 원자로 덕분에 잠수함은 6개월 가량, 항공모함은 무려 20년 가량을 연료 보급없이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군사적 용도 외 민간용으로는 활용되지 않았을까요? 이동식 원자로를 민간용으로 먼저 활용하기 시작한 곳은 구 소련이었습니다.


1960년대 구 소련의 시베리아는 동토인 황무지에 광산들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었습니다. 황무지는 많고 공업화는 덜 된 경제적 상황에서 오지에 고립된 마을까지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적국보다 나은 환경에 산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정치적 배경아래 최초의 이동식 원자력발전소가 등장합니다. 이동형 원자력발전소의 초기 모델은 작은 공장에 무한궤도를 달아 놓은 것 같은 모양입니다. 선박용 원자로와 비슷한 방식의 이동식 원전인 'TES-3'를 개발하는데 궤도형과 차륜형 두 가지 모델이 있었다고 합니다.

TES-3는 1961년 시제품이 만들어져 1980년대까지 개발이 진행됐지만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소련의 해체로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TES-3를 계승하는 '원자력발전소 트레일러'를 다시 개발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터빈을 탑재한 대형 트레일러형 원자력발전소가 시베리아 내륙 등 비용문제로 전력망 설치가 힘든 지역들을 돌아다니면서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첫 이동식 원전 개발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우리 동네 인근에 원전 건설조차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돌아다니는 것도 어렵겠지만 국토가 넓은 러시아에서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과거에는 이런 이동식 원전에 직접 원자로를 설치했지만 요즘은 '모듈형 원자로'가 있습니다. 발전소를 건설하는 이유는 넓은 지역에 싼값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입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결국은 전기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러시아의 시베리아의 경우처럼 발전소를 세울 만큼 전기의 소비가 적은 지역이라면 전기 판매 이익은 커녕 송전선 설치 등의 비용만 투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소형 모듈 원전'이 개발된 것입니다. 작은 규모의 원자력발전소인 것이지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기출력 300㎿e급 이하를 소형 원자로로 정의하고, 산업계는 500㎿e까지를 소형 원전으로 분류합니다. 이런 원전을 필요에 따라 여러 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듈'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모듈형 원전 'SMART'. [그림=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모듈형 원전 'SMART'. [그림=한국원자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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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차세대 원자력항공모함인 포드급에 탑재되는 모듈형 원자로는 미국의 중소형 모듈 원전과 거의 동일합니다. 중소형 원전에 사용하는 원자로의 원형은 이처럼 선박이나 잠수함에 쓰던 원자로입니다. 좁은 공간에 원자로부터 증기발생기까지 발전에 필요한 설비들을 빼곡히 모아 패키지화한데다 승무원들의 주거공간이 가까이 있는 만큼 안전성도 높고, 정비의 편의를 위해 설치하기도 쉽게 돼 있습니다.


지난 2002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보다 진보된 형태의 통합 모듈형 원자로인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의 경우 러시아의 원자력잠수함에 사용됐던 원자로 기술이 한국에 이전된 이후 이를 보다 발전시켜 개발한 모듈형 원자로라고 합니다.


원래는 배에 장착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설치와 유지보수가 수월해 비용이 적게 들고, 모듈형이라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군사용으로 사용하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바 있어 요즘은 기존 중소형 발전소를 없애고 중소형 원전으로 대체하려는 국가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영토가 넓어 인구밀도가 낮거나 불모지 비율이 높은 나라, 나라가 많은 섬으로 이뤄져 있거나 소득이 적어 대형 전력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국가들은 중소형 모듈형 원전을 유일한 대안으로 고려할 정도라고 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달이나 화성에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 모듈형 원전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럼 실제로 섬으로 이뤄진 나라들은 전력 공급을 어떻게 해왔을까요? 당장 전기가 필요한데 발전소를 지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했을까요?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는 "급할 때 전기를 배달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③이동식 원전, 해상원전의 미래는?' 편에서 바다를 누비는 이동식 발전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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