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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은 왜] "대포통장에 들어온 사기 피해금, 꺼내쓰면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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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횡령→2심 무죄→대법 "판단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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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은 왜'는 대법원이 판결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낸 사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원심과 법리해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좀 더 깊이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거래내역을 만들어 신용도를 올린 후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겠다."
시각장애 3급인 여모(64)씨는 2016년 8월경 이같은 제안을 받고 자신의 계좌를 A씨에게 알려줬습니다. 이후 한모씨 등 3명으로부터 120만여원이 입금됐습니다. 알고보니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이었습니다.

여씨는 이 중 4만5000원을 사무실 팩스 요금으로, 나머지 115만원은 인출해 임대료를 납부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사기 범죄에 자신의 계좌가 사용됐음을 알고 이를 인출해 사용한 행위는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불법적으로 영득(가로챔)하는 행위를 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횡령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금액이 비교적 적은 것을 참작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여씨가 사기 이용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않고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횡령 혐의를 무죄로 봤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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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2일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례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지난 2017년 5월 대법원은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의 범인인 경우에는 송금, 이체를 받은 때에 피해자와 사이에 어떠한 위탁 또는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어 그 돈을 인출해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의 판결이 이와 취지를 같이 한 것입니다.

반면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범인이 아닌 경우에는 이를 인출했을 때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대법의 판단은 이와 취지를 같이했습니다.

각 판결은 계좌명의인인 자기 명의 계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을 인출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범인인지 여부를 두고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인은 사기죄 등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횡령죄를 따로 물을 필요는 없지만, 범행에 직접 가담한 것이 아닌 경우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으니 횡령죄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여씨가 사기의 범인이 아니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관계자는 "사기 후 횡령을 했을 때는 횡령죄가 별도로 성립하지 않고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사기죄의 방조범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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