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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보랏빛 서울 ‘강풍(康風)’ 잠재운 정수기 CF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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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지방선거, 강금실 전 장관에 고전하던 한나라당…오세훈 변호사, 서울시장 출마 이후 전세 역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보랏빛 서울 ‘강풍(康風)’ 잠재운 정수기 CF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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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康風)’이 몰아치자 한나라당은 공포에 떨었다. 민심은 분명 한나라당 쪽에 기울었는데, 서울시장 대진표는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2006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불과 두 달 남긴 시점이었다. 서울을 내준다면 다른 곳을 이긴다고 해도 승리의 깃발을 내걸기 어렵다.

2006년 한국 정치역사상 특정 정당(한나라당)의 최대 승리로 기록됐던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왜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두려움을 느낀 것일까.

동아일보가 2006년 3월25~26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029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서울시장 정당 선호도는 한나라당 36%, 열린우리당 25%로 조사됐다.
‘당연히’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승자가 될 것이란 정치권의 관측을 깬 것은 참여정부 법무부 장관 출신 강금실 후보의 등장 때문이다. 여성 최초의 법무부 장관, 똑똑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강금실이 출사표를 던지자 서울 민심이 요동을 쳤다.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표밭이었던 서울 강남 쪽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에 호감을 드러냈다.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표밭을 오래 다졌던 3인방이 대표주자로 나섰다. 그 주인공은 맹형규, 박진 그리고 홍준표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3인방 중 하나인 셈이다.

한나라당 출신 3명의 남성 후보들은 강풍 앞에서 휘청거렸다. 동아일보 여론조사는 강금실 47%, 맹형규 30%로 나왔다. 강금실vs홍준표는 48.9%대 26.8%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나라당이 패배를 걱정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윤동주 기자 doso7@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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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전 장관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남달랐다. 투피스 정장과 스카프, 악세서리, 눈화장 색깔까지 자신의 상징색인 연보라빛으로 꾸미고 나왔다. “서울의 어두운 곳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스한 빛을 전달하고 양지로 돌아오게 하는 빛의 전사가 되겠다.”

‘이미지 정치’의 측면에서 한나라당은 수세에 몰렸다. 세련된 강금실 대 촌스러운 한나라당 남성 후보들이라는 구도가 형성됐다. 오랜 정치경험은 ‘꼰대’ 이미지로 비쳤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라는 상상하기 싫은 결과와 마주해야 한다.

‘강금실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금실 전 장관의 등장은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때 조용히 칼을 갈던 인물이 있었다. 세련된 이미지 경쟁에서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카드, 한나라당이 준비한 비밀 병기였다. 그 이름은 오세훈 변호사.

TV 프로그램 패널과 진행자로 친숙한 이미지를 쌓았던 오세훈 변호사는 정수기 광고 모델로 나서면서 대중성, 인지도, 이미지를 동시에 얻었다. 오세훈 변호사는 홍준표 맹형규 박진 등이 강풍 앞에서 고전할 무렵 TV만 틀면 나오는 인물이었다.

당시 청호나이스 얼음 정수기의 CF 모델로 발탁돼 “속보이는 얼음처럼 세상도 투명하게”라는 멘트를 날렸다. 오세훈 변호사의 정수기 모델 활동은 한나라당 경쟁후보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오세훈 변호사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 직전까지 정수기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TV에서 매일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전직 의원이자 변호사 출신인 오세훈은 2006년 4월9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강금실 전 장관을 향해 구름처럼 몰렸던 대중의 관심은 또 다른 ‘이미지 정치인’을 향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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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할 것 같은 기대감이 뒤따랐다. 서울시장 준비를 위해 각종 정책을 개발하고 다듬었던 한나라당 3인방은 관심의 뒷전으로 밀렸다. 이미지vs이미지의 정면 승부는 TV CF 모델의 승리로 귀결됐다.

오세훈 변호사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강금실 전 장관과의 박빙 승부를 예고했고, 이후 지지율은 수직 상승했다. 강금실 전 장관은 ‘오세훈 바람’ 앞에서 서울시장의 꿈이 좌절됐다.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61.05%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강금실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는 27.31%에 그쳤다. 당시 민심은 한나라당 쪽에 완전히 기울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서울, 인천, 경기 66개 기초단체장 선거 중 구리시장 단 한 곳만 승리할 정도로 기록적인 완패를 경험했다. 한나라당은 서울 25개 전 지역을 석권했고, 인천은 10개 중 9개 지역, 경기는 31개 지역 중 27개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만약 오세훈 변호사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강금실 전 장관은 서울시장이 돼서 2006년 한나라당의 압승을 저지했을까.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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