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시범사업 시작…간편결제·은행 앱에서 이용 가능
내년 카드수수료율 인하·세액공제 확대되면 차별성 없어
가맹률 3%…18만개 가맹점 확보한 카카오페이 9분의 1
3년간 77억 예산 투입…실패 땐 '관 개입' 비판 불가피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김형민 기자] 결제 수수료 0%를 장점으로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제로페이'가 오는 20일부터 시범사업에 돌입한다.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는 좋으나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 수가 아직 적고 수수료 장점도 희석된 탓에 '불안한 출발'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칫 시장 안착에 실패할 경우 '관이 시장에 개입하려다' 실패한 또 다른 사례가 될 우려도 제기된다.
제로페이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는 필요없다. 서울시가 기존 간편결제ㆍ은행의 모바일앱과 연동시켜놨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되는 날부터 제로페이를 쓸 수 있는 서비스는 네이버페이ㆍ페이코ㆍ하나멤버스ㆍ머니트리 4개 간편결제ㆍ카드 서비스와 20개 은행 앱이다. 시범사업은 서울과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시작되고 본사업은 내년 3월부터다.
결과적으로 제로페이의 가맹점 확대는 지지부진하다. 현재 서울시가 확보한 가맹점은 2만곳에 불과하다. 제로페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오프라인 결제를 구현한 카카오페이 가맹점 18만곳과 비교하면 9분의 1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의 제로페이 불참이 뼈아픈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사업자의 자체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참여를 강요할 수 없고 제로페이는 오픈플랫폼이기 때문에 원하는 업체들은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질 유인이 적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적으로 세금 혜택 등을 줘야 하는데 혜택이 구체적이지 않고 방대해질 경우 제로페이의 기존 취지나 목적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시는 아직 시범사업인 만큼 시장안착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편의점 등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과 시청 인근 지하 소상공인 매장에서 제로페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전국 단위로 가맹점 신청을 받아 본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박원순표 핵심 사업의 운명은?= 서울시는 제로페이 사업에 2022년까지 77억67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 서울시 예산안으로 결의된 금액만 39억원이다. 시장에 안착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경우 박 시장의 최대 업적으로 기록될 수 있다.
반대 상황이 되면 민간 영역에 개입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제로페이는 박 시장의 민선 7기 핵심 사업이다. 지난달 박 시장은 서울 시내를 돌며 가맹점 유치 캠페인에 나설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한편 박 시장은 18일 오후 시장실에서 서울시약사회와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를 통해 서울시약사회는 소속 회원들이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 전역 총 5000개의 약국이 회원사로 있다. 물론 제로페이 참여가 강제는 아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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