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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기부 손길마저 '꽁꽁'…"작은 정성이라도 함께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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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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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연말이면 기부소식이 이어져야 하지만 올해는 기부 민심이 뜸하다. 시민들의 온정이 담긴 기부가 얼어붙자 모금 단체들은 기부 불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16일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희망2019 나눔캠페인’ 모금액은 약 893억원으로 전년 대비 62억원 가량 줄었다. 목표액(4105억원)에 도달할 경우 100도를 가리키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도 21.7도에 머물렀다. 사랑의 열매는 광화문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전년 동기 대비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고액 기부자도 크게 줄었다.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신규 회원수가 2016년 422명에서 2017년 338명 줄어들었다,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는 186명 뿐이다. 또 지하철역 등에서 기부금을 모금하는 한국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도 12일 기준 15억7900만원에 그치는 등 작년 23억6100만원이 모았던 것과 비교, 33%가량 줄어들었다.

매년 기부 참여도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경제적인 팍팍함과 함께 기부단체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61.7%가 “기부금 용처를 모른다”고 답했다. 기부단체 선택 시 고려사항은 ‘기부금의 투명한 운영’이 54.2%를 차지했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 역시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에 달했다.
최근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유용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추락한 상황이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부 문화가 한 차례 위축된 상황에서 불우아동 돕기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 딸의 수술비 명목 등으로 받은 10억원대 후원금 대부분을 차량 튜닝 등에 탕진하며 호화생활을 한 ‘이영학 사건’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복지 단체에 정기 후원중인 직장인 김모(29)씨는 “오랜 시간 기부를 해왔지만 매달 지불한 후원금 사용내역을 자세히 받아보지 못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좀 더 투명해져야 무너진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낸 기부금이 100% 전달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랑의 열매가 '사랑의 온도탑'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사랑의 열매가 '사랑의 온도탑'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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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부단체의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 실적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어 기부자들은 자신들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지정기부금단체들은 매년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실적을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회복지법인, 종교법인, 장학재단 등은 법인세법시행령에 따라 공시의무 부과대상이 아니다.

공익법인(종교단체 제외)이어도 자산총액이 5억원 이상이거나 수입금액과 해당사업연도에 출연 받은 재산의 합계액이 3억원 이상이면 결산서류를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15년에 등록된 공익법인 가운데 종교법인을 제외한 공익법인 16,400여 개 중에서 공시 의무가 있는 단체는 52.3%에 불과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부금 단체의 모금액과 사용실적을 기부자들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기부 행위가 줄어드는 데에는 기부금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못해 일어난 전반적인 사고로 인해 사회에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을 들었다. 곽 교수는 “여러 사건들로 인해 팽배한 불신과 기부금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등 전반적인 불신 해결이 우선이다. 또 경기침체에 따라 개개인의 기부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는데 ‘기부’ 행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정부와 조직 내에서도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고, 개인은 서로를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에 팽배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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