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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ㆍ중 헤게모니 전쟁, 누가 이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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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무역분쟁의 앞길을 두고 하루 걸러 손바닥 뒤집히듯 기대와 우려가 뒤바뀌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왔을 때만 해도 금융시장은 무역분쟁 해소 기대로 가득했다. 양국이 대화 재개와 90일간 관세 유예를 선언해 일단 주먹질 싸움은 멈춘 것으로 시장은 풀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이런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미국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문건 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합의를 이룬 것이 아니라 접점 없이 의견만 교환했을 개연성이 크다. 급기야 이 와중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가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당시 보고받지 못했다고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가한 '한방'임은 분명하다. 오른손은 화해의 악수를 하고 나머지 왼손은 상대방의 뺨을 때린 격이다. 복잡해진 미ㆍ중 무역분쟁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나가야 할까. 그리고 금융 투자에는 어떤 시사점을 줄 것인가.
크게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ㆍ중 무역분쟁이 발생한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 하루하루 펼쳐지는 개별 사건만 보면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다. 큰 그림에서 읽어야 한다. 미ㆍ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단순한 무역수지 셈법이 아니다. 두 나라가 서로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중국몽(China Dream)'을 견제하기 위해 시작된 헤게모니 다툼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갈등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무역분쟁이 해소돼도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싸움에 관한 소식을 계속 접하게 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관심은 결국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에 있다.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지에 관한 의사결정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승자의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승자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새로운 기술혁신 주도권을 누가 장악하는가에 달려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1939년 초장기 경기순환 주기인 '콘드라티예프 파동(Kondratiev wave)'을 지배하는 국가가 강대국이 될 것이며, 근본 원인은 기술혁신에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 파동은 평균 50~60년을 주기로 하는 장기순환을 뜻한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이전 문제와 지식재산권(IP)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 유출을 의심받고 있는 화웨이 CFO를 체포한 사건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패권전쟁의 승자는 결국 미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싸움이 붙은 현시점에서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버텨낼 만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갖추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채 비율은 사실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70~80%에 달한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여력이 고갈된 상태다. 여기에 무역분쟁이 재차 격화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5%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수치다.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으로 돌아선 뒤 다음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관점은 미ㆍ중 무역분쟁이 언제 수면 아래로 들어갈 것인지다. 투자가가 언제 위험자산에 다시 투자할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힌트는 나왔다. 중국이 미국에 고개를 숙일 때다. 중국 경기 지표가 가장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2분기가 가장 유력해보인다. 90일간의 협상 기간이 끝나는 시점과도 일치한다. 중국은 1차적으로는 미국산 재화에 대한 수입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점차 금융시장 개방과 위안화 절상에도 나설 것이다. 지금 상황이 복잡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지만, 예상해볼 만한 시나리오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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