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예스맨' 비난에도…혁신성장 주력 소신 밝혀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우리 사회 곳곳에 희망사다리가 튼튼하게 구축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
4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마무리하며 남긴 말이다. 그는 이날 오후 10시까지 장장 12시간 계속된 청문회를 마치며 소감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청문회 답변 도중에도 몇 번씩 '우리 사회의 계층이동사다리가 사라졌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속내를 전했다. '흙수저' 성공 신화의 상징인 홍 후보자에게 희망사다리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홍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6ㆍ25 전쟁 때 피란으로, 무(無)에서 시작한 부모님처럼 자신도 제로베이스에서 가정을 꾸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구축해 놓은 계층이동사다리 덕분에 막중한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가 국정 전반에 능통하고, 기획 및 정책조정 능력이 뛰어난 경제 관료로 인정받으면서 그를 둘러싼 일화도 많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질 높은 정책 개발과 혁신에 앞장선 공로로 노 대통령으로부터 격려금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고,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합류해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공적과는 별개로, 경제부총리 후보에 내정되자 홍 후보자에 대한 날선 검증이 이어졌다. 홍 후보자가 침체된 우리 경제를 일으켜야 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 주력제조업 부진과 함께 고용 대란, 민생경제 악화 등 내년에도 경제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2기 경제팀을 이끌 리더로서 정부 경제정책에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홍 후보자가 질의답변서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정책신념이 기존 정부 기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특히 야권으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홍 후보자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특히 홍 후보자는 서비스산업 활성화와 규제혁파,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혁신성장의 성과물을 내놓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을 할 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을 추진했고, 국무조정실장 때는 규제샌드박스 도입에 앞장섰다. 특히 수년째 국회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모인다. 대표적 공유경제인 카풀제도 도입은 기존 이해관계자들과 '상생'으로 가야 한다며 택시업계를 설득할 대책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홍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정책 능력과 자질에서 이렇다 할 흠결이 드러나지 않았고,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병역면제 등 신상 문제도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 기획재정위원회는 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심사, 채택할 전망이다. 이제 홍 후보자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설정할 조타수로서 우리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저출산ㆍ고령화, 소득 양극화 등 당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젊은이들을 위한 희망사다리를 강조한 홍 후보자가 한국 경제에도 희망의 사다리를 내려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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